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은 15일 선거구획정 없이 해를 넘기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연말 ‘선거법 직권상정’ 의지를 밝혔다. 다만 정부·여당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청에는 사실상 거부 입장을 보였다.
대신 정 의장은 여야간 협상을 촉구하며 이날 오전 김무성·문재인 대표,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와 정개특위 여야 간사를 불러다 ‘3+3 회동’을 주재하는 의회주의자 면모를 견지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의장이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는 것 같다”며 “(직권상정 심사기일 시점은) 법적으로 입법 비상사태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시점, 연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오는 28일을 심사기일로 점치고 있다. 이는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이 최종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현행 선거구는 모두 무효화 되고 예비후보 자격도 상실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막판 여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정 의장 나름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정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선거구 획정안을 상정할 것인지 대해선 “지금 다 나와 있는 안들”이라며 “여야가 주장하는 안과 ‘이병석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정이 바라는 쟁점법안은 직권상정 대상이 아니란 입장이다. 그는 “내가 가진 상식에 맞지 않고, 오히려 의장을 압박하는 수단”이라면서 “의장이 할 수 있는 걸 안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오도할까 걱정”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를 전해들은 청와대는 즉각 압박에 나섰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을 찾아, 정 의장에게 선거법을 직권상정하기에 앞서 노동개혁 관련 5개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및 기업활력제고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테러방지법의 제정안의 직권상정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가 3권 분립 정신에 따라,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에 대한 직접적인 요청을 자제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처럼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국회를 향해 연내에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하는 등 정 의장의 직권상정만이 유일한 법안 통과의 길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없더라도 심사기일을 지정한 후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은 선거구획정없이 새해를 맞는 것을 ‘비상사태’로 보는 반면, 청와대는 경제활성화·노동5법·테러방지법 입법이 연말을 넘기는 것을 더 큰 ‘비상사태’로 여기는 상황이다.
정 의장은 이날 ‘3+3회동’에서도 “올해 중으로 여야가 (선거구 획정에 대해) 합의를 해달라는 취지를 말씀 드린다. 그런 비상사태가 안오길 바란다”고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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