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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삼성 SDI 신임 부사장[사진=삼성SDI 제공]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 ‘유리천장을 뚫은 여자’, ‘전지 개발의 살아있는 역사’.
지난 4일 실시된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개발 분야 최초로 여성 부사장 자리에 오른 김유미 삼성 SDI 신임 부사장을 나타내는 수식어다.
김 부사장은 삼성 SDI 소형전지사업부 개발실장, 자동차 전지 사업부 개발팀장, 중앙연구소장 등을 지낸 배터리 전문가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부품 소재·개발 분야에서 연일 ‘최초’의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2005년 삼성 SDI 역사상 첫 여성 상무라는 기록을 세웠던 김 부사장이 이번에도 첫 여성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남겼다.
특히 김 부사장의 이번 승진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여성과 지방대 출신에 대한 한국 기업의 보수적인 시각 속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실력 하나로 ‘유리천장’을 뚫었기 때문이다.
충남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김 부사장은 졸업 후 1983년 대학원 2년차에 대덕연구단지 화학연구소에 입사하면서 배터리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표준 연구소 전기화학실로 직장을 옮겼고, 김 부사장의 실력을 눈여겨본 삼성은 1996년 2차 전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김 부사장을 영입했다.
삼성SDI로 자리를 옮긴 김 부사장은 입사 2년 만에 당시 세계 최고 용량인 1650mAh의 원형전지 개발을 이끌며 핵심 인력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1400mAh 제품이 주를 이루던 시대다.
현재 삼성 내에서 김 부사장은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로 통한다. 삼성 SDI가 내놓은 전지 중 각형부터 폴리머 전지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김 부사장은 시간절약을 위해 화장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부사장의 업무에 대한 열정은 그의 항공기 탑승 기록에도 배어 있다. 김 부사장은 삼성 SDI 임원 가운데 항공기 탑승기록이 제일 많다. 2차 전지의 특성상 개발을 의뢰한 고객들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맞추고 설득하기 위해 수시로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주 노선 직항도 많지 않던 90년대 당시 서울에서 오전에 출발하면 고객사에는 새벽에 도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어진 몇 십 분 동안 고객의 마음을 돌려야하는 일도 허다했다.
이 같은 김 부사장이 평소 회사생활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도권(Initiative)’, 다른 말로는 ‘주인의식(Ownership)’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그룹 공식블로그 '삼성이야기'를 통해 후배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일을 할 때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고 남이 시키기 전에 스스로 해야 한다”며 “남이 시켜서 하면 똑같은 일도 스트레스가 되지만 스스로 제안해서 하는 업무는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기 보다는 자신을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드는 경쟁력 개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제품, 기술 뿐 아니라 사람도 대체재가 없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며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유리천장을 뚫은 김 부사장은 여전히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리고 있다.
김 부사장은 전지분야뿐 아니라 배터리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분야도 '세계일류'로 일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전지 산업은 세계 최고이지만 소재의 국산화 비율은 26%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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