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 박서원 두산그룹 유통전략담당 전무. 사진=아중경제 DB]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유통업계 2~3세 경영자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불황의 파고 한 가운데 서있는 업체들이 오너 일가의 젊은피를 잇따라 수혈,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일 임원 인사를 통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 정유경(43) 백화점 총괄부사장을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정용진(47) 부회장의 동생인 신임 정 총괄사장은 승진 직후부터 본인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 진출이 바로 그것.
2020년까지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린 매출(9118억원)의 약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세계의 화장품 제조업 진출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담긴 것이다. 그룹의 패션·뷰티사업 부문을 지휘해 온 그가 백화점은 물론 서울과 부산 시내면세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26) 한화건설 과장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면세점 사업 전면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지난 22일 개최된 '갤러리아 면세점 63 프리 오픈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갤러리아 면세점 홍보을 위해 나왔다"고 말했지만 "면세 사업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부족해 전문성과 경험이 많은 임원 및 업계 관계자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면세 사업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36) 오리콤 부사장도 유통전략담당 전무로 전진 배치됐다. 그룹이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신임 박 전무에 대한 내외부의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허연수 GS리테일 대표, 홍정국 BGF리테일 전무, SPC그룹 허진수 부사장, 하이트진로 박태영 부사장. 사진=아주경제 DB]
허연수(54) GS리테일 CVS 사업부 사장도 GS리테일 대표로 승진됐다. 신임 허 사장은 허만정 GS 창업주 넷째 아들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이번에 물러난 허승조 GS리테일 대표(부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업계는 허 사장의 전진 배치로 최근 확정된 인터넷은행에서 편의점 GS25가 'K뱅크' 콘소시엄의 실질적인 인터넷은행 점포로 활용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 역시 지난 15일 홍석조 회장의 장남 홍정국(33)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홍 전무는 2013년 6월에 경영혁신실장으로 BGF리테일에 입사했고, 지난해 1월 상무로 승진 이후 1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밖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38) 파리크라상 전무 겸 전략적 성장(SG) 부문장이 그룹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하이트진로 창업주 고(故) 박경복 회장의 손자이자 현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경영전략본부장이었던 박태영(39)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오너가 2~4세들이 전면 배치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서로 채널이나 상품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당 업체의 내년 성과가 후계구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