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이후 두자릿수 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중국 경제가 이제 안정성장기에 접어 들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신창타이. 이에 맞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는 용어가 이렇게도 쓰이다니. 젊은 계층에서는 스모그를 포함한 환경 오염에 질려 중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연말에 서울에 있는 중국특파원들이나 중국대사관, 중국문화원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이들과 만나다 보면 대개 공무원들 보다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진도’를 더 나가게 된다. 중국 기자들은 한국에서의 취재 환경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한다. 중국처럼 금기가 많지 않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할 때 취재 제한이 많아서 애를 먹었다고 하면 “그래도 시진핑 지도부가 들어선 뒤 나아진 것 아니냐”고 엉뚱하게 눙친다.
중국 외교부는 매년 연말이면 모든 외국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증을 갱신해준다. 일년 동안 중국 외교부가 정한 취재와 보도 기준을 제대로 지켰는지 재심사하는 것이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롭스(L’Obs)의 베이징 특파원 위르쉴라 고티에는 이번에 기자증을 재발급받지 못했다.
스모그로 대표되는 환경오염, 소수민족 정책과 테러, 언론 통제와 이에 따른 정보 왜곡…. 중국 정부 앞에는 부패와 빈부격차 외에도 산적한 난제가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중국으로선 경제 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지난 한 해 롤러코스터를 탔던 증시에다 경기 둔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상황이고 보면 보다 확실한 처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높이 든 기치가 ‘공급측 개혁’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국가주석 주재로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이번에 거시경제 정책의 일대 전환을 분명히 했다. 한 마디로 공급측면의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수요를 확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하지 않고는 2010년 이후 5년 연속 이어진 성장률 내리막 추세에서 탈출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공급측 개혁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13차5개년계획을 관통하는 어젠다로 자리잡을 게 분명하다.
공급측 개혁의 핵심은 생산효율성 증대다. 이를 위해선 생산요소(토지, 노동, 자본)의 효율적 배분과 혁신이 필수적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국유기업 개혁, 좀비기업 퇴출 등 산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감세정책을 동원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미 ‘중국제조 2025’ ‘인터넷플러스’ 등을 통해 낙후한 제조업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혁신장려정책, 지식재산권보호정책 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지원할 업계는 더 지원하고 퇴출시킬 쪽은 더 퇴출시킨다는 원칙을 세웠다. 감세정책은 법인세를 인하하고 개인소득세 면세점을 올리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투자는 물론 소비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경제공작회의는 이와 함께 내년도 경제정책 5대 과제도 제시했다. 공급과잉 해소, 부동산재고 소진, 과잉 레버리지 축소, 기업 경영원가 절감, 취약부문 개선이 그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에 달하는 과잉 유동성을 공급한 후유증을 걷어내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도시화 추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등도 중국 경제에 활로를 열어줄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2016년에도 세계 경제 회복세는 미약하고 경기 하방 리스크는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무원 직속 사회과학원 산하 재경전략연구원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은 6.7%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년 경제 밑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서 시장의 원자재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우리의 수출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는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아주경제 글로벌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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