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과거 우리에게 중국 기업과 브랜드는 낯설었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거물급’ 중국 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물론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화웨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샤오미, 그리고 세계 최대 백색가전업체 하이얼 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전통 제조업체인 하이얼은 최근 ‘혁신'과 '국제화'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1984년 창립된 하이얼은 이미 세계 최대 백색가전업체이자 글로벌 대표 가전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가 공개한 '2015 세계 대형가전 브랜드 판매량' 통계에 따르면 하이얼은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 판매량에서 7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전세계에 5개의 연구개발(R&D)센터, 24곳의 생산공장, 66개 무역·유통회사와 14만3330개의 판매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여 곳 이상의 국가 및 지역으로 시장도 확대했다.
최근에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중국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新)성장동력 발굴 전략인 '인터넷 플러스', '중국제조 2025'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얼마 전 하이얼은 엄청난 '빅딜'로 전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1월 15일 미국 최대 가전업체, 제네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54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와 함께 3개월간 '중대 자산 구조조정'을 이유로 중단됐던 하이얼 주식거래도 재개됐다.
하이얼의 GE 가전부문 인수는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몸집과 시장을 키워온 하이얼이 군침을 흘리던 북미시장 진출의 물꼬를 튼 것으로 주목된다. GE의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 하이얼의 기존 경쟁력과 자금력 등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하이얼이 앞으로도 거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데 시장 중론도 쏠리는 분위기다. 이미 ‘컸지만’ 앞으로 더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하이얼의 투자가치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이 외에 2011년에는 일본 산요의 세탁기와 가정용 냉장고 사업부문을, 2012년에는 뉴질랜드 가전회사인 뉴질랜드 피셔앤페이켈(Fisher & Paykel)을 7억6600만 달러에 인수하며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렸다.
하이얼은 또, 전통 제조업과 IT기술의 결합을 의미하는 '인터넷 플러스'와 제조업의 첨단화를 지향하는 '중국제조 2025'를 앞장 서 추진하고 있는 중국 대표 기업이다. 개별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주문제작이 가능한 자동화 생산의 후롄(互聯)공장도 조성했다. 시범 사업단계를 거쳐 후롄공장 조성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홈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하이얼은 지난 201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서 에어컨, 냉장고, TV 등을 인터넷으로 통제하는 스마트 홈 플랫폼 ‘U+’를 공개했다. 올해는 스타워즈 인기 로봇인 ‘R2-D2’와 비슷한 외형의 로봇 냉장고 ‘Ubot’를 선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음성인식과 리모콘 조작으로 움직이는 인공지능 탑재 로봇 'Ubot'은 하이얼 스마트홈 플랫폼인 ‘U+’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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