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연방대법관의 후임에 메릭 갈랜드(63)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장을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새 연방대법관 후보에 메릭 갈랜드 법원장을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 모습을 드러낸 갈랜드 법원장은 시카고 출신 백인으로,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으며,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워싱턴 DC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된 바 있다.
새로 지명된 갈랜드 법원장은 중도온건 성향으로 워싱턴 법조계에서 초당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올랐으나, 2009년에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에게, 2010년에는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에게 밀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달에 사망하자, 이 자리를 채울 새 대법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혀왔다.
신임 대법관 지명 발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갈랜드 지명자는 대법원에 중용과 품격, 평등의 정신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법원 사서와 검사, 법원장으로서의 풍부한 경륜과 뛰어난 판결 능력은 법조계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지명 결정을 하면서 엄격하고 폭넓은 절차를 거쳤다"며 "단기적인 효율이나 좁은 정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지명은 대법관 진용에 진보 색채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공화당의 반발을 고려해 중도 성향의 백인을 지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인준권을 쥔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차기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며 인준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로 밝혀 자칫 공석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미 대법관 구성은 보수 5명, 진보 4명의 '보수 우위' 구도였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물이 대법관으로 확정될 경우 이 같은 구도가 '진보 우위' 구도로 바뀌게 될 것으로 공화당은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 연방대법관 인준 문제가 미국 대선판의 뜨거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갈랜드 법원장을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민주, 공화 양당 대선 주자들은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헌법상 의무를 강조하며 상원의 즉각적인 인준을 촉구했지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상원이 인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