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이 날을 위해 10년을 기다렸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자동차에 있어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자 현대차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주하는 것은 현대차 정신이 아니다. 큰 변화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수반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말이다. 지난해 11월 4일 ‘제네시스’ 출범 공식 기자간담회장에서다. 그가 언급한 현대차 정신의 핵심은 ‘도전’이다. 이는 창업주인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에서 비롯된 현대의 기업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 부회장은 “과거 산업화 시절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정신이 우리 안에 아직도 많이 흐르고 있고, 세월이 많이 지남에 따라 그때보다 훨씬 많은 자산과 기반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갖고 모든 열정을 쏟아서 훌륭한 차를 만들겠다는 것이 바로 현대차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정신은 ‘품질경영’으로 이어졌다. 정의선 부회장의 모든 말 속에는 반드시 ‘품질’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보다 더 품질에 집착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 부회장은 2011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가장 큰 도전이 품질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더 강화해야 하고 품질도 더 완벽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도 “지금은 차를 한 대 더 팔기보다는 품질에 집중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신념의 결과물이 ‘제네시스’다.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를 ‘모던 프리미엄’이라고 표현한다. ‘가장 현대적인 현대차만의 프리미엄’이라는 의미다.
그는 “고객들은 과시를 위해 멋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멋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원한다.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현명한 소유 경험, 사용할수록 만족감이 높아지는 실용적 혁신에 감동한다"며 "이것이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명품의 가치이며 제네시스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201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현대차의 새 브랜드 슬로건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사고, 새로운 가능성)’도 정 부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고객들이 원하는 걸 충족시키기 위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감성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현대차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범 현대가의 장손인 정 부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에 과장으로 입사했으나 1년 뒤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그는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2년 동안 근무한 뒤 1999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이후 2003년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자동차 기획실장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으며 2009년부터 현대차 기획과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재직 시절 ‘디자인 경영’을 화두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아우디와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책임자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삼고초려 끝에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감성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하겠다”며 국내 자동차 업체 최초로 ‘패밀리 룩’을 선보였다.
디자인을 탈바꿈한 기아차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현대차와 맞먹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우뚝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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