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국민투표 날짜가 다가올수록 유럽연합(EU) 측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회원국의 EU 연쇄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중심으로 유럽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이탈리아·프랑스도 탈퇴 요구...유로존 위기론 '솔솔'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모리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 10명 중 6명(58%)이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원한다고 답했다. 프랑스 국민도 55%가 국민투표 실시에 찬성했다. 이탈리아의 EU 탈퇴 지지율은 48%, 프랑스는 41%로 나타났다.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과 독일의 EU 탈퇴 지지율도 각각 39%, 34%로 비교적 높았다.
유럽국가의 EU 탈퇴 요구는 그동안 꾸준히 나왔었다. 지난해에는 그리스가 제3차 구제금융 협상에 나서는 과정에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EU 탈퇴) 우려가 나왔다가 가까스로 진화되기도 했다. 이번에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쪽으로 가닥히 잡히면 그동안 EU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왔던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까지 탈퇴 요구가 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유로존 경제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브렉시트 민감도 지수(BSI)'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가장 타격이 큰 나라는 아일랜드라고 밝히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저금리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다. 유로존이 휘청이면 포르투갈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정크 등급(BB+ 이하 등급)'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단일화폐인 파운드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유럽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만큼 금융권도 출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 EU, 긴급회의 움직임...영국 잔류해도 내홍 계속될 듯
영국 국민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EU 측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도널드 터스크 EU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 EU 주요 기관 수장들은 브렉시트 투표 다음날인 24일(현지시간) 긴급 회동을 갖고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ECB도 유럽 경제는 건재하다는 입장을 적극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국 국민들이 잔류를 택한다고 해도 EU 회원국 간 내홍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탈퇴 요구가 잇따라 나오는 만큼 분열되고 있는 EU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1993년 창설된 이후 EU는 '유럽 내 단일 국가 건설'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동체로 운영됐다. 그러나 역내 크고 작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EU집행위원회(EC) 등 중앙에서 결정된 사항을 강제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로존을 중심으로 독일이 경제정책을 주도하면서 그리스 등 남부 유럽과의 관계가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채무자·채권자 사이로 변질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회원국의 권한이 줄면서 자국 통화의 환율 조정이나 적자 재정 복구책을 마련하는 데도 제한이 많았다. 최근 불거진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회원국 간의 묵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한 점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EU 창설 이후 20여 년 만에 최대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전 총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EU는 현 상태로 지속할 수 없으며 혁신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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