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과 남미 등 신흥국들이 앞다퉈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중인 가운데 한국은 풍력사업에서 잇따라 철수하며 엇갈린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진출유망 국가와 우리 기업의 진출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액은 328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태양광 관련 투자는 1615억 달러로 전년대비 12% 증가했으며, 풍력은 3.7% 증가한 1095억 달러로 나타나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신재생 에너지의 투자액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활발한 투자는 신기후체제에 따른 청정에너지에 대한 국제적 요구와 발전 단가 하락, 에너지 저장 기술의 확대 등이 이유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 역시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도 태양광 1738GW, 풍력이 1046GW의 설치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신재생에너지산업은 두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는 2016년 이후 착수 예정인 프로젝트 중 설비규모가 공시된 프로젝트는 약 844건으로 71%가 미주와 유럽에 집중돼 있으며, 특히 영국과 칠레, 미국, 브라질에서만 2015년 글로벌 풍력 설비 용량의 9%에 해당하는 80.7GW의 풍력 프로젝트가 계획 중이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증가에도 한국 기업들은 풍력사업에서 잇따라 철수하며 상반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풍력사업을 주도해온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1순위로 풍력사업부문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중순 풍력용 기어박스를 생산하는 독일 야케법인에 대한 청산을 마무리 지었으며 대우조선해양도 미국의 자회사 드윈드(Dewind)의 풍력발전 단지 매각에 나선 상태다. 드윈드는 현재 텍사스지역에 각각 20MW 규모의 발전단지 2개와 오클라호마지역에 80MW, 40MW규모의 발전 단지를 보유중에 있다.
지난 2014년 독일 함부르크에 있던 풍력 연구개발(R&D)센터를 프랑스 알스톰에 매각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스코틀랜드 해변에 설치한 7MW급 해상풍력발전기 시제품을 영국 ORE 사에 매각했다. 또 풍력사업부를 팀 규모로 축소하고 모든 신규사업을 백지화 한 상태다.
국내 조선3사는 2009년부터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풍력발전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선박건조 및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유가하락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데다 국내 풍력발전단지 사업이 지역주민들과의 마찰 등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적자만 불어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정리대상 1순위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은 비주력·비우량 사업들을 정리하면서 풍력사업을 1순위로 줄였다”면서 “하지만 풍력발전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일부 기업들은 완전한 사업 철수 보다는 규모축소를 통해 시황개선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풍력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진출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현숙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국내 풍력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프로젝트 개발사 및 운영사와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과 수익성이 큰 운영․관리 분야로의 진출이 필요하다”면서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시장으로의 진출 확대를 통한 시장 다변화와 자금조달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수주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장기간 진행되는 대규모 공사가 많아 장기적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면서 “진출 지역사회 발전 기여방안 제시 등 사회책임경영을 통한 차별화 전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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