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R&D 투자대비 세계 1위...쓸모없는 특허 양산만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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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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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 대전에 위치한 A출연연은 1996년 최초 특허 등록을 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용화되지 않았다. B출연연 역시 15년 이상에 달하는 특허가 8건에 달했으며, C출연연은 지난해 포기한 특허가 24건이나 된다. 이들 출연연이 매년 미활용 특허유지 비용으로 쓰고 있는 돈은 각 기관당 1억원에 달하며, 매달 수천만원이 관리비용으로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의 올해 R&D 예산은 18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가 총 R&D 예산은 2013년 16조9139억원, 2014년 17조6394억원, 2015년 18조8747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R&D 투자규모 역시 세계 6위로 올라섰으며 미국, 일본, 유럽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 등록 수는 세계 4위, 표준특허 보유 건수는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쓸모없는 특허를 양산해 막대한 예산이 줄줄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지식재산전략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소멸된 특허(누적)가 1만61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등록료를 내지못해 소멸된 특허가 1만555건(99.4%)으로,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정부가 실적과 성과에 치우쳐 특허 등록에만 급급했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양적 지표로 건수에만 신경쓴 나머지 특허가 결정 된후 존속의 필요성이 없으면 포기하는 방식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소속 24곳의 연구기관은 올해 6월말 기준 총 4만941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화나 실용화에 실패하면서 특허유지비 부담으로 인해 권리를 포기하는 특허포기 건수는 2014년 한해만도 3065건에 달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 출연연들도 최근 5년간 특허출원건수가 4만5090건이지만, 기술 이전 건수는 1만3898건으로 30.82%밖에 되지 않는다. 예컨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연구기관 중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소멸된 특허가 40%에 육박하고 미활용률은 60%에 달하는 실정이다.

특히 2010~2014년 국가 R&D 사업에서 창출된 미국 특허는 3607건에 달했지만 상위 10% 이상의 피인용 횟수를 보이는 우수특허는 3.5%인 127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특허 피인용 건수(38만4209)와 견줘봤을때 정부의 피인용 건수(1081건)는 300분의1 수준이라는 초라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술이전 등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고민없이 마구잡이식 특허출원을 허용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각 부처간 실적주의와 성과주의에 빠진 나머지 제대로 된 R&D 성과를 공유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의 R&D 성과는 국가과학기술정보서비스에서 양적 평가 정보만 확인 가능하고, 피인용 횟수와 같은 질적 평가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 세부 자료는 특허청 및 미래부가 아닌 지식재산전략원이 보유하고 있는 등 R&D 사업 성과 공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목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은권 의원은 "5년이 경과한 등록특허 중 미활용 특허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예산이 한해 20억원, 10년이면 200억원이 소요된다"면서 "사업화 가능성에 엄격한 평가 없이 성과위주의 마구잡이식 특허출원으로 매년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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