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퍼펙트스톰을 대비하라<2>, 외풍에 엎친 데 덮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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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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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채명석·유진희·류태웅 기자 =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와 내수 악화, 후발주자와의 기술격차 축소,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은 현재 국내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 물론 중견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영업이익을 비롯한 각종 수치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경보음’들이다.

국내 자산상위 10대 대기업의 연간 매출이 GDP(국내 총생산)의 8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 경영실적 저조... 위기감 감도는 대기업들
먼저 대기업의 올해 경영실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을 넘어 관련 업계에 위기감마저 돌게 하고 있다.

대기업정보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우리나라 상위 30대 대기업(매출액 기준) 중 절반(15곳)이 매출이 줄어들었다.

특히 자동차, 철강, 전자, 반도체 등 주력업종들의 실적이 저조했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22%↓)과 SK하이닉스(18%↓), 포스코(14%↓), LG디스플레이(11%↓) 등이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 10% 이상의 역성장을 보였다.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은 현대자동차와 올해 자사의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리콜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올해 1~3분기까지 영업이익의 감소폭이 지난해 동기 대비 13.8%,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2%였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3분기 실적·경영전망 조사 결과에서는 275개 응답기업 중 62.2%가 지난해와 같거나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이 같은 상황이 누적돼 국내 상위 20대그룹 계열사 3곳 중 1곳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대기업 상위 20곳(공기업 제외)의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00% 미만인 ‘부실징후 기업’의 비율은 2011년 27.9%에서 2014년 37.0%로 3년 새 10.9% 포인트가 높아졌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돼 만성적인 상태에 달한 이른바, ‘한계기업’도 많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한계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524곳에 달했다.

하준 산업연구원의 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이 증가하면 전체 산업 차원의 수익성 하락과 경쟁력 약화가 초래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금을 제공한 금융기관의 건전성까지 낮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계기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가 더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대기업 총수는 ‘주머니’ 상황도 넉넉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닷컴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토대로 30대 재벌 총수의 주식담보 내역(올해 9월 말 기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 대출이나 계열사 빚보증 등을 위해 금융기관에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총수는 모두 11명이다.

이들이 담보로 내놓은 주식가치는 2조7793억원(9월 29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이 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6명은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대주주 보유 주식의 담보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상태 악화 등 회사의 위기 상황에서 대주주가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작아진다”며 “이 때문에 회사의 잠재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는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 삼성 비롯한 대기업들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나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은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2013년부터 2016년 8월까지 대량고용변동 신고내역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삼성, 두산, 아시아나 등 상장사 54곳에서 퇴직한 사람은 2만3000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두산인프라코어는 1135명, 삼성물산은 868명, 한국씨티은행은 600명, 한화생명보험은 543명, 포스코플랜텍은 421명, 삼성증권은 361명 SK건설은 282명을 감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삼성도 최근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며 “삼성의 움직임에 따라서 다른 기업들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외적으로 불안이 고조되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경영진에 대한 인사시기를 앞당기는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한화그룹 등이 조기 인사를 단행했으며, 삼성그룹도 조만간 대규모 인사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를 시행한 대기업은 한화그룹이었다. 지난 10월 10일 그룹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한화테크윈, 한화63시티 등 다수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인사를 전격 실시했다. 한화그룹의 지난해 인사는 12월에 있었다.

또 지난 10월 17일 현대중공업은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현대중공업의 대표로 임명하고 권오갑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사장단 및 사업대표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초 사장단의 인사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20일가량 빠른 것이다.

리콜 사태로 인해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삼성그룹의 인사도 곧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삼성이 대규모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있어 이에 대해 대응하려고 조기 인사가 진행된 것”이라며 “내년 사업계획도 이미 수립한 만큼 현재의 위기에 발빠른 대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내츄럴엔도텍 제공]


◆ 중견·중소기업도 상황 좋지 않아
우리나라 경제의 또 다른 ‘엔진’인 중견기업도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견기업의 총 매출액은 503조원으로 2014년도 대비 13% 줄었다. 중견기업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그 미만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중견기업은 총 3846개사로 전체기업의 0.12%에 그쳤지만, 총 일자리의 10%(120만명)를 담당할 만큼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제조업 전반이 부진하면서 중견 기업들이 하나둘씩 줄도산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진해운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관련된 중견·중소기업들이 재정난에 직면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수출화물 물류에 애로를 겪으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며 “중국 상하이 항만 측이 한진해운 배의 입항을 거부해 예정됐던 판매 일정도 불투명해졌다”고 개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해 제품을 수입하는 데, 대체 선박을 아직 못 구했다”며 “운송 지연으로 막대한 손실을 볼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이 흔들리면서 중견 및 중소기업, 협력업체 등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 파산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파산사건이 587건, 회생합의사건은 925건 접수됐다.

법인파산은 부채 상환이 불가능한 법인이 자산을 정리해 빚의 일부라도 갚도록 하는 법적 절차를 뜻한다. 자력회생 불가능한 법인을 법원이 지정한 제3자가 대신 관리하는 법정관리와는 차이가 있다.

법인파산사건의 경우 2013년 461건, 2014년 539건, 지난해 587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올해에는 7월까지 401건이 접수돼 지난해 동기 362건보다 약 40건 많았다. 회생합의사건 역시 증가세다. 2013년 835건, 2014년 873건, 지난해 925건이 접수됐다. 올해 7월까지 562건이 접수돼 전년 동기 대비 20여건 증가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매출의 대다수가 대기업 납품에서 나오는데, 최근 대기업들이 물량을 줄이면서 줄적자가 나고 있다”며 “대기업만 의존해서는 생존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 총체적인 난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협업 통해 위기 극복해야”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의 어려움은 수출의 증감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10월 수출액은 419억달러로 작년 10월보다 3.2%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20개월 연속 이어지다가 올해 8월 한 달 반등했지만, 이후 다시 두 달 연속 다시 하락했다.

수출 감소세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역 규모 1조달러 달성은 무산될 공산이 크다. 10월까지 무역 규모는 7352억달러에 그치며 사실상 1조달러 돌파가 어렵게 됐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1조달러대 무역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성장률도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을 2.6%이었으며, 올해에는 0.1% 포인트 낮아진 2.5%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해 R&D(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개선, 글로벌화 촉진을 위한 예산확대, M&A(인수·합병) 활성화 지원, 가업상속 적용대상 및 세액공제 확대, 지주회사 자산요건 상향 조정 재검토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협업하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지 않으면 중견.중소기업 물론, 대기업도 현 위기를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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