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세계경제포럼이 공개한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부패정도가 심한 국가에 9위로 선정됐다.
이 조사에는 △한 나라의 공공자금이 얼마나 많이 불법적으로 유용되는지 △정치인의 윤리적인 잣대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기업간에 뇌물은 얼마나 많이 오고 가는지 등이 포함됐다.
이런 불명예가 결국 '청탁금지법(김영란 법)'이라는 커다란 규제의 잣대를 만들게 된 계기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소비가 줄며 내수경기만 악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농민과 외식업, 화훼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면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법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 지나치게 낮은 금액에 따른 법 위반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음식, 선물, 경조사비를 일률적으로 10만원 기준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식사 접대 70% 이상이 줄며서 외식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식사 접대의 수요가 준 것은 일부 외식업종뿐 아니라 농수산업에 대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농식품 분야의 매출감소는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21일 화훼 판매업소 1200곳의 매출액을 보면, 소매기준 거래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한우 고깃집의 매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한우식당의 20곳을 대상으로 샘플조사한 결과, 한우 고급식당의 매출은 20.6%, 정육식당은 20%가 감소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음식업 8조5000억원, 소비재·유통업 1조9700억원, 골프장 1조1000억원 등 연간 11조6000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이후 화훼업계와 농수산물 수요가 음식물, 선물, 경조사 가액을 법률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은 사회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타당한 수준을 설정하도록 한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2003년 공무원행동강령에는 음식물 가액(주류 등 포함)을 3만원으로 설정했는데, 이후 소비자 물가는 41%, 농축산물 물가는 56% 상승한 만큼 그동안의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김재영 고려대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뿌리 뽑자는 것이지 서민 경제를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내산과 외국산의 농수산물 가격차이가 큰 상황에서 선물가액을 5만원으로 설정하면 수입산 농축수산물이 물밀 듯 밀려온다. 그간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에 대응해 품질고급화를 추진해 온 정부의 농업정책 과 농어민들의 노력이 상충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각종 부패와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률적 잣대도 필요하지만, 결국 모든 구성원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선진화돼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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