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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양성모·이소현 기자 = 기업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새해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 위축으로 업황이 크게 부진한데다 신흥국 및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긴축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됐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이르면 다음 달 내부적으로 새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이에 따른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많아야 올해 수준에서 그치거나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에 관련한 대기업 총수들의 검찰과 특검소환 조사는 물론 국정감사 청문회 출석까지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차질을 빚고 있어 일단 투자는 올해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인위적 경기 부양책 추진 등을 기대했으나 현재 상황으로서는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글로벌 경기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각 국가별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내비칠 것으로 보여 상황은 부정적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트럼프 당선 등 내우외환에 기업들이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사업계획 및 인사계획도 쉽게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데다 경기 위축으로 판매까지 줄게 돼 투자를 늘리기는 커녕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올해에도 이미 투자를 줄였기 때문에,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경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최저치로 떨어질 전망이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1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 하락한 103.3포인트를 기록했다. 특히 운송장비에 대한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가 급감했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이는 곧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9월 기준 수출 및 수입 증가율은 각각 전년대비 5.9%, 1.7%가 감소했으며 10월에는 감소 폭이 확대돼 각각 3.2%와 5.4%가 급감하는 현상을 나타냈다.
이는 기업들의 직접투자 감소에서도 잘 드러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분기까지 30대 그룹 257개 계열사의 유·무형자산 투자액을 집계한 결과 총 투자액은 45조32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조6424억원)에 비해 14조3135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진행해왔던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 된데 따른 효과와 4분기에 투자가 몰리는 영향도 있지만, 경기 부진으로 인해 다수의 기업들이 투자집행을 미룬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 경제성장률 또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투자집행 여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으며 한국은행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8%로 낮춘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3.0%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신흥국 및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변수가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대기업 총수들의 잇단 소환과 반(反)기업 정서의 확대라는 돌발 변수도 기업들의 투자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재계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에 따라 신사업 분야의 투자는 지속할 것이지만 주요 기업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기업들의 투자는 내년에도 확연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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