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주호 기자 =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2005년에 이어 11년 만에 다시 화마가 덮쳐 상인들은 당시 악몽을 떠올리며 망연자실 했다.
30일 오전 2시 8분께 대구시 중구에 있는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했지만 이 불로 4지구 상가 839곳이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소방 관계자는 상가 내 1지구와 4지구 사이 점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불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인 4지구 건물 1층을 대부분 태우고 위로 번졌다.
4지구는 의류, 침구, 커튼 등을 파는 상가가 많이 있다. 이 때문에 불로 유독가스와 연기가 많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규모가 커지자 대구시소방본부는 소방본부장이 지휘하는 비상대응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차 97대와 인력 870명을 동원해 진화했다. 소방당국은 날이 밝자 헬기 2대를 투입한 끝에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상인이 대부분 퇴근하고 없는 시간에 불이 나 지금까지 확인된 인명 피해는 없다. 다만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장모(47) 소방위와 최모(36) 소방사가 다쳤다.
소방본부는 시장 주변에 방화차단선을 설치해 시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주변으로 번지지 않도록 불을 끄고 있으나 의류 상가가 많아서 완전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우선 정확한 발화지점을 찾기 위해 이날 오전 3∼5시께 화재 발생 최초 목격자 A씨를 불러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큰불이 난 4지구 바로 맞은편 1지구에서 야간 경비를 했던 A씨는 "경비를 서던 중 바깥을 살피다가 4지구 1층 내부에서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는 불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며 "폭발음은 듣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피해 상인들 사이에서는 "인근 노점에 있던 LP가스가 터져 4지구 안쪽으로 번진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 '펑'하는 폭발음이 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완전히 꺼지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4지구 안팎에 화재방지용으로 설치했던 폐쇄회로(CC)TV 영상 복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소방 관계자는 "최초 신고 내용이 '1지구와 4지구 사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라 아직 발화지점을 특정할 수 없다"며 "완전 진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최초 신고자를 비롯해 주변 목격자 등을 추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며 "실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으로 건물 전체 면적은 9만3000㎡다. 1·2·4·5지구와 동산상가, 건해물상가 등 6개 지구로 점포 4622개가 위치해 있다.
지난 2005년 12월 29일 2지구 상가에서 큰불이 나 상인 1000여명이 터전을 잃고 600여억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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