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 중국의 '트럼프 딜레마'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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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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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사진=신화통신]



70년대 '초딩 시절', 당시 마음에 드는 여자 아이의 관심을 끄는 방법 중에는 '고무줄 끊기'라는 악동(?)들의 고전적 수법이 있었다. 즐거운 놀이를 방해받게 된 여자 아이들은 방해한 남자 아이들을 쫓아다녔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자신을 쫓아오면 더욱 신바람(?)이 났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소통'이 서툴렀던 당시에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방법이 바로 '고무줄 끊기'였다. SNS가 발달된 지금의 아이들과는 달리, 소통의 수단 부족과 방법을 몰랐던 당시의 추억은 다시 생각해 봐도 참 투박했다.

지난 12월 15일, 필리핀 수빅만 북서쪽 50해리 해상에서 미 해군함정이 회수작업을 하고 있던 두 대의 수중 드론 중 한 대를 중국 해군이 소형 보트를 이용해 나포했다. 트럼프는 즉시 "중국 해군이 공해에서 미 해군의 연구용 드론을 훔쳤다"고 비난했다. 이후 양측은 언론을 통해 설전을 이어갔지만,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5일 뒤인 20일, 중국은 남중국해 관련 수역에서 나포한 수중 드론을 미국에게 인도했다고 한다.

대만 총통 차이잉원(蔡英文)과의 통화를 기점으로 "왜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에 대해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트럼프의 발언이 달가울 리 없었던 중국의 이번 수중 드론 나포 사건은 다분히 의도성이 있다. 이번 에피소드는 상호간 기선 제압을 위한 일종의 '간보기'로 판단되는데, 유치했던 '고무줄 끊기'가 묘하게 오버랩 되는 것은 필자의 상상력이 너무 넘친 때문일까?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 틀림없다. 벌써부터 미중간의 힘겨루기는 정치외교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간의 보호무역 전쟁과 환율 전쟁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특히 동북아시아에서는 북핵문제와 사드배치에 대한 미중간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게다가 트럼프의 TPP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따라, 다급해진 아베 수상의 일본 사드배치 추진이라는 새로운 변수는 동북아 지역에 있어서 미중일간의 첨예한 안보갈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의 사드배치 추진에 대한 의향으로 인해 한중간의 사드 딜레마 역시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되었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2017년 1월 20일 취임식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트럼프 시대의 국제정세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벌써부터 예고한다. 한반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釣魚島), 대만해협 및 남지나해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4대 미중 지역 갈등 딜레마는 물론, 미중은 무역과 금융 및 환율에 대한 경제영역의 갈등도 소화해야 한다. 여기에 북핵문제와 한국에 이어 일본의 사드배치와 같은 핫이슈가 계속해서 새롭게 혹은 어느 일방의 의도적(?)인 전략과 전술로 등장할 것이다.

곧 맞이할 2017년에 있어서 △예측불허의 트럼프 정부 △김정은 핵무장 △박근혜 탄핵 정국 △일본의 사드배치 추진이라는 네 가지 불확실한 요소 모두는 중국을 매우 불편하게 한다. 예측 가능한 힐러리의 당선보다 돌발적인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의 당선을 반겼던 중국의 표정은 트럼프와 차이잉원(蔡英文)의 전화 한 통화로 일순간에 변했다. 베이징 현지에서 느끼는 중국의 '트럼프 딜레마(Trump Dilemma)'에 대한 고민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대응'에 익숙한 중국이 2017년을 맞이하여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과연 제시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차하얼학회 연구위원, 봉황위성TV 국제패널리스트, 북경대학 국제관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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