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코리아]유행어로 본 공직사회, 2016년 "잘 돼야 할텐데" 2017년 "잘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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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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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받아적기보다 스스로 움직이길 바란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개그 코너 '회장님 우리 회장님'[사진=인터넷캡쳐]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창조경제부 장관은 말끝마다 "사퇴하세요"를 외친다. 최근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부활한 풍자 코너 ‘대통형’에서다.

요즘 공직사회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기도 하다. 탄핵 정국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고위직 공무원들은 이 말을 들을까 몸을 사린다.

개그로만 보면 공직사회는 1980년대로 회귀한 분위기다.

당시 유명 개그 코너였던 '회장님 우리 회장님'에서는 "잘돼야 될텐데""잘 될 턱이 있나"가 크게 유행했다.

‘사퇴할까봐’ 자리에 전전긍긍하는 사이 ‘잘 될까’라는 두려움이 파고들면서 공직사회 전반에 ‘내가 이러려고 공직자가 됐나’라는 무기력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정책이든 사업이든 선뜻 추진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최순실 게이트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해가 바뀌었지만 조직이 공중분해 될 거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공무원들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문체부 한 공무원은 "관광, 체육 분야가 분리될 거라는 얘기만 계속 나오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지경“이라며 ”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그저 빨리 수습되길 바랄 뿐“이라고 털어놨다.

국내 엘리트 집단으로 자부심이 대단했던 기획재정부는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후로는 속된 말로 기가 꺾인 모습이다.

지난해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실무적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해야 할 최상목 1차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가 하면,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일면서 정책조정국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은 지난해를 이틀 앞둔 12월 29일 가까스로 발표를 했지만 “내용이 이게 전부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내년 일자리 정책을 묻는 질문에 기재부 한 관계자는 “무엇인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내년 정권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정책도 바뀔텐데... 그저 기존에 했던 정책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가 전반적으로 경직됐다는 분위기는 어느 순간부터 사라진 토론 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선·해운 등 취약 업종 구조조정, 1300조가 넘는 가계부채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이에 따른 계란값 인상과 들썩이는 생활물가 관리 등 시급을 다투는 사안도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며 단기성 대응책을 내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요즘 정부 대책회의를 보면 ‘왜’ 원인을 진단하고, ‘어떻게’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논의하고, 움직이는 모습보다 그저 얼굴을 아래로 깔고 받아 적기 바쁜 학생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때보다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내적으로 소비, 투자 등 내수 위축에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둔화되는 ‘트리플 위기’가 우려되는데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신 행정부 출범과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야 할 정책 컨트롤타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는 오히려 위기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97년 IMF 외환위기가 왔을 때 정부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축해 초기 위기관리에 나서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당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도 "경제만큼은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총대를 맸던 이헌재 전 부총리의 이야기는 이제 전설에 가깝다.

“요즘 공직자들은 순한 양 같다. 목동만 바라보고 울타리 안에 있어야 비로소 안심하는 그런 양 말이다. 해이해진 공직이 다시 기강을 잡으려면 그 울타리를 걷어내야 한다. 윗사람 눈치보며 복지부동하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를 넘어 소신껏 일하는 자율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한 전직 고위관료의 이 말을 공직자들은 그저 받아 적기보다 곱씹어 볼 만하다.

지난 한 해 공직사회가 눈치를 보며 수동적으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울타리를 벗어나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자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전직 경제수장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17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잘 돼야 할텐데" 보다 "잘 될거야"라는 긍정적 유행어가 히트를 치는 공직사회, 그런 공직사회를 '으샤 으샤' 이끌어나가는 수장이 뽑히길 국민들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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