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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예상보다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새해 들어 불과 한 달 사이 기존 세계 무역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앞으로의 수출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공식화했다"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추진키로 했고 독일·중국·일본에 환율조작을 경고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당초 공약이 얼마만큼 실제로 이어질지 불확실했던 데다 실행된다고 해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 경제는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40%대로 매우 높기 때문에 심리 위축으로 민간소비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출 부진은 곧바로 성장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어려워지고 있는 무역환경에 대한 대응과 준비는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 과제다"면서 "민간기업들은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정보가 있고 네트워크와 인적 자원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부문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수출은 전년 같은 때보다 11.2% 늘어난 403억 달러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우리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2013년 1월 이후 4년 만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함에 따라 회복세를 보이는 우리 수출의 불씨가 다시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유라시아본부장,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영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시장동향분석실장, 지만수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 등이 자리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으나 아직 세부적인 조치들과 관련해서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업종별, 산업별 등 개별적인 접근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큰 그림 하에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중 수출과 관련해서는 "중국 경제구조의 글로벌화 등으로 통관 및 비관세 장벽의 국제기준 엄격준수 등이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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