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우리나라의 사드(THAAD, 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한류금지령(限韓令·한한령)’ 여파는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는 4월 예정됐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공연이 취소되면서 그동안 한류와 클래식 장르에 국한됐던 한한령의 범위가 발레까지 확산된 모양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이 중국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무산됐다. 조수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가 간의 갈등이 순수문화예술 분야에까지 개입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역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공연 무산 소식을 통보 받았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 갈등은 필연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 예술계를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정치 문제는 정치적 셈법과 외교력으로 풀어나가되 문화 교류의 길은 지속적으로 열어놓아야 한다. 중국의 지금 같은 방식은 현 상황을 악화시킬 뿐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교류는 이미 문경지교(刎頸之交, 서로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를 이르는 말)의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은 한류 문화를 받아들여 자국의 문화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한국에게 중국은 문화 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는 거대 시장이다.
지금처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순수문화예술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돼야 한다. 현재와 같이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사드의 볼모로 잡힌 상황은 양국 문화예술계의 상처일 뿐 아니라 공연을 향유해야 할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