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낸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제품 고부가가치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저유가가 지속돼 견조한 스프레드(원료와 제품의 가격 차이)를 유지한 탓에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언제 다가올지 모를 업황 불황에 대비해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포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CPVC(염소화 PVC) 공장 라인을 개설하고 다음달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CPVC는 한화케미칼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주로 스프링클러 배관 또는 온수·산업용 배관 등에 사용되며 일반 PVC(폴리염화비닐) 보다 수익성이 2배 이상 높다. CPVC의 세계 시장규모는 6300억원 가량으로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CPVC는 다른 석유화학업체에 비해 한화케미칼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제품으로 기존 PVC보다 부식성이나 내열성이 좋다"며 "내달부터 연간 3만t 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범용제품의 시황 호조로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롯데케미칼은 수(水)처리 분야와 멤브레인 사업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총 500억원을 투자해 대구에 멤브레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멤브레인은 오염수를 사용 가능한 물로 바꿔주는 필터로, 롯데케미칼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멤브레인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화학기업인 베르살리스와 합작법인 형태로 투자한 특수고무 사업 역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LG화학은 공급과잉 우려 등에 따라 경쟁사들에 비해 일찌감치 기초소재 분야 고부가가치화에 나섰다.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메탈로센계 촉매 및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 폴리올레핀(PO) 제품을 대폭 늘리고 있다. 해당 기술 활용 시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등 기존 제품의 기능 개선이 가능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기존 범용 라인을 메탈로센계 제품 전용 라인으로 전환했으며 오는 2018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해 엘라스토머 생산량을 29만t으로 증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엘라스토머는 고무와 플라스틱 성질을 모두 갖춘 대표적인 메탈로센 계열 고부가 합성수지로 전 세계에서 4개 기업만 독점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이 비교적 일정한 사이클을 보이며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왔으나 최근에는 주기가 짧아지는 모습"이라며 "특히 범용 제품은 사업문턱이 비교적 낮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