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이 가속화하면서 사정거리 안에 있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적정한 지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매달 통계치를 발표하는 한국은행은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740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증가했다. 전월(3711억)과 비교하면 29억4000만 달러 늘었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2월에도 무리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11년 첫 3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8~9월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후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외환보유액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10월 한 달 동안 26억 달러가 감소한 데 이어 11월 31억8000만 달러, 12월 8억8000만 달러가 각각 줄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이 보유한 엔, 유로 등의 달러 환산액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6개국의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다만 출범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중국 등과 대립각을 세우는 환율 전쟁을 선언했다. 수출 증진을 가로막는 달러 강세를 우려한 것이다. 결국 환율조작국 이슈에 따라 달러는 약세 전환했고, 2차 환율 전쟁이 예상되는 오는 4월에도 이 같은 흐름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도 달러 변동성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기초경제 여건 등을 봤을 때 외환보유액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산출에 보편적인 기준이 없고, 신용등급이나 지정학적 위험 등의 특수성도 반영된다"며 "과거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액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위험하지 않게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구(IMF)와 국제결제은행(BIS) 등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다양한 평가 기준 속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세계 8위다.
물론 다른 국가와 비교한 상대적인 규모가 아닌 자체 적정 외환보유액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을 한꺼번에 유동화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국 금리 인상 등 환율 리스크가 커질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외채 상환 능력 등을 고려했을 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는 1100억 달러 규모로, 외환보유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37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는 국제기구 등 여러 평가 기준으로 봤을 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밝힌 바 있다.
한편, 각종 불확실성에 따른 외화 유동성 위험과 관련해선 최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현장 점검을 통해 건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외화 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제도를 정착시키고 필요시 현장 점검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