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베헤모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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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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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헤모스’ KBS 드라마 스페셜 ‘괴물’ 원작으로 해

  • 계속되는 반전으로 선악의 구분 모호해져

연극 ‘베헤모스’는 2014년 3월 방영된 KBS 드라마 스페셜 ‘괴물’을 원작으로 한다. [사진=PMC프러덕션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베헤모스'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수륙양서 괴수의 이름이다. 짐승을 뜻하는 히브리어의 복수형 단어인데, 한 마리임에도 여러 마리의 동물을 한 데 모은 것 같이 거대한 크기였기 때문에 이와 같이 표현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극 ‘베헤모스’는 2014년 3월 방영된 KBS 드라마 스페셜 ‘괴물’을 원작으로 한다. 당시 ‘괴물’은 재벌가의 아들에게 벌어진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그를 변호하는 자와 응징하는 자의 파워게임을 통해 악의 순환을 그리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난쟁이들’ ‘젊음의 행진’ ‘형제는 용감했다’ 등 꾸준히 창작뮤지컬 작품을 제작한 PMC프로덕션이 2011년 ‘밀당의 탄생’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연극으로 관객의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연극 '베헤모스' 공연 장면 [사진=PMC프러덕션 제공]



‘베헤모스’의 이야기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고를 치면 늘 돈으로 수습하는 재벌 아버지를 둔 명문대생 태석,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반칙을 써서라도 살인범도 무죄로 만들 수 있는 이변(변호사), 그리고 이변의 반대편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오검(검사)이 극의 전반을 이끌어 간다.

연극 ‘베헤모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 활용성이다. 연극이란 장르적 특성상 불가피한 공간적 제한을 김태형 연출 특유의 기법으로 풀어냈다. 크게 호텔방, 취조실, 침실로 구분된 공간은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는 데 큰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 역시 ‘베헤모스’의 관전 포인트다. 정의를 무시하고 돈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태석과 이변은 악의 축으로 규정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연극 '베헤모스' 공연 장면 [사진=PMC프러덕션 제공]



배우들의 열연은 인물 간의 갈등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오검 역의 배우 정원조는 선한 인상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극에 무게감을 더하고, 오검에 맞서는 이변 역의 배우 김찬호는 악랄하고 비열한 연기로 다른 누구보다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다만, 이변이 법의관을 매수하는 구성엔 아쉬움이 남는다. 큰 반전이라고 느껴질 만큼의 현실성이 없었을 뿐 아니라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법의관의 역할과 다소 동떨어진 모습으로 비춰져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럼에도 ‘베헤모스’는 독특한 플롯(서사 작품 속에서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과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가 잘 조화된 작품이다. 관객들은 연극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진행되는 숨 막히는 전개 속도로 손에 땀을 쥐었다가 거듭되는 반전에 머리를 싸맬지도 모르겠다. 공연은 4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연극 '베헤모스' 공연 장면 [사진=PMC프러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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