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 청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우선은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관련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돼 상급자인 박 전 대통령 역시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430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도 박 전 대통령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인다.
뇌물공여 혐의자가 구속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무겁게 처벌되는 뇌물수수 혐의자를 불구속기소하기는 어렵다.
뇌물을 건넨 사람은 그 금액이 아무리 많다고 하여도 5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되는 반면, 뇌물을 받은 사람은 1억여원만 받아도 10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될 만큼 형량이 무겁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변호인으로서 영장 청구 부분도 상정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뇌물을 준 사람은 영장을 발부하고, 뇌물을 받은 당사자인 대통령은 영장을 발부하지 않으면 형평에 논란이 일 수 있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대부분 공범이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낮고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영장 청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최종 결정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하게 된다. 김 총장은 특수본의 조사 상황을 틈틈이 보고받으며, 대검 수뇌부와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수본의 정식 보고를 받고 1년여 전 자신을 총장에 임명한 박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방향을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검찰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결정문제가 늦어질 경우, 5월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과 과거 사례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총장의 고심은 영장을 청구할 경우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후폭풍'이 불가피한 반면, 불구속할 경우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이 영장 청구 결정을 20일 넘게 미루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재소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는 경우 사회적 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당일 뇌물죄보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위한 강제모금 의혹 등을 규명하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 기업 등 이해 관계자들과의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유무가 핵심 쟁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뇌물 관련 수사는 이미 특검에서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뇌물 의혹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물리적 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개의 경우 뇌물수수자는 혐의를 부인해 필요한 부분은 조사하면서도 통상 공여자의 흔들림 없는 진술이나 기록, 객관적 물증 확보 등 주변 조사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앞서 특수본이 박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 외 대기업 관계자를 부른 것은 두 재단의 모금 의혹을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그룹-최순실·박 전 대통령의 거래 의혹 규명에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투입한 것은 이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를 중점 수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선 수사에서 관련 의혹이 꽤 규명됐으므로 검찰은 이와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압축적으로 신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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