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한라홀딩스가 자동차의 엔진, 트랜스미션, 스티어링, 서스펜션 등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자회사 한라스택폴의 지분 50%를 홍콩계 부품회사인 존슨 일렉트릭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지분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라홀딩스는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만도를 위주로 그룹 사업 재편에 나설 방침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라홀딩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한라스택폴의 지분 50%(378만주)를 939억5362만원에 합작사인 존슨 일렉트릭에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한라홀딩스는 재무건정성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재원 확보를 위한 매도라고 이유를 밝혔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라홀딩스의 잔여지분은 20%만 남게된다.
앞서 한라홀딩스는 지난해 11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만드는 만도신소재를 범현대家의 현대머티리얼에 170억원(61.75%)에 매각한 바 있다. 한라홀딩스는 알짜 자회사라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ADAS(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 등 전장부품 기술을 위한 인수 등에 나설 방침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부품 업체간의 매각와 인수가 전세계적인 추세인데, 국내 시장은 부진하다"며 "한라는 만도 인수, 한온시스템 매각 등 상대적으로 M&A에 익숙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스택폴은 지난 2008년 캐나다 부품업체 스택폴과 만든 합작사다. 지난 2015년 1478억원의 매출에 1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알짜회사다. 존슨일렉트릭은 2015년 스택폴을 인수하면서 한라스택폴의 지분 30%도 자연스럽게 확보했다.
패트릭 왕 존슨 일렉트릭 대표이사(회장)는 "성장하는 아시아 분말야금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기회"라며 "스택폴 인터내셜널은 이미 북미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고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분 매각 이후 한라홀딩스의 지분은 20%가 남으며, 이마저도 5년이 지나면 존슨 일렉트릭은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한다. 이에 장기적으로 한라스택폴은 완전 매각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라스택폴은 지난 23일 팀장을 대상으로 이번 인수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이 바뀌는 만큼 오창공장 350명 직원의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본계약을 앞서 한라와 스택폴, 존슨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한라홀딩스의 매각에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존슨은 지분 20%를 매수하는 권리를 갖고 있는데 한라그룹에서 추가적으로 30% 지분을 매도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존슨과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새로운 합작사를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라홀딩스는 지난 24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유동성 축적과 자금시장 접근성 증대 등 성장을 위한 자원 확보에 주력하겠다"며 "금융리스크와 대외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해선제적으로 리스크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몽원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1년 만에 한라홀딩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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