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대선 후보의 ‘인맥 코드’는 대권 전쟁의 축소판이다. 또한, 차기 정권의 ‘복선 역할’을 하는 바로미터다.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와 캠프 인맥 지도 안에는 후보의 ‘가치·철학’ 등이 담겼기 때문이다. 학연·지연·혈연으로 묶인 인맥 코드는 때때로 보여주기식 ‘전시 정치’로 전락한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이 후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스토리텔링은 물론, 차악을 가려내는 현미경 검증의 수단이다. 선대위 구성이 각 후보의 ‘정치의 사유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자료로 불리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대선 후보 3인의 인맥 해부를 통해 ‘통합형’ 차기 정부의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용광로·통합 매머드’다. 코드명은 ‘원팀’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바타에 머물며 ‘무늬만 용광로’에 그쳤던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와는 확연히 다르다.
탈당설에 휩싸였던 당내 대표적 비노(비노무현)계인 박영선·변재일 의원도 ‘문재인 선대위’에 합류했다. 18일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아들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까지 합류했다. 이쯤 되면 ‘항공모함급’인 셈이다. 경선 당시부터 1000여명의 교수 정책 자문단을 꾸렸던 문 후보는 정치·경제를 넘어 재계, 문화계 인사들까지 총망라한 매머드급 인맥을 구축하게 됐다. 여의도 안팎에선 ‘문재인 시프트’가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탈(脫) 친문(친문재인) 딜레마가 대표적이다. 기존의 캠프와 당 선대위, 경선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까지 한데 묶는 원팀을 강조하지만, 이들이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꾀할지는 미지수다. 선대위가 ‘세대교체’ 없이 꾸려진 점도 부담이다.
◆文선대위, ‘추미애·송영길·임종석·김광두’ 핵심
선대위 윗선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에는 추미애 대표, 공동선대위원장에는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해찬·이미경·김부겸·박영선·이종걸·진영·이석현·김두관 의원 등과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이 포진해 있다.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과 이미경 의원을 빼면 비노 인사로 채워진 셈이다.
선대위 산하 선대본부의 실무 핵심축은 ‘종합상황본부’다. 본부장은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의 대표주자인 송영길 의원이다. 종합상황본부를 중심으로 정책·홍보·유세·조직·총무 등 각 조직본부가 퍼져 있다. 이를 산하에 국민성장과 자치분권, 4차 산업혁명 등 31개 위원회와 별도의 특별위인 비상경제대책단과 안보상황단이 자리하고 있다.
문 후보 인맥의 큰 줄기는 총괄본부를 비롯해 △측근그룹 △정책그룹 △특위 등 네 그룹으로 분화돼 있다.
선대위 총괄 부분은 송영길 본부장과 김민석 종합상황본부장, 강기정 총괄본부 수석부본부장, 최재성·박범계 종합상황본부 실장, 안규백 총무본부장, 전병헌 전략본부장, 윤관석·박광온 공보단장, 예종석·한정애 홍보본부장, 김태년·민병두 총괄공동특보단장 등이 실무라인을 뒷받침하고 있다.
측근 그룹의 핵심은 임종석 후보 비서실장이다. 임 실장은 경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후보 입 역할은 김경수 대변인이 맡았다. 노영민 조직본부장과 전해철 조직특보단장, 양정철 비서실 부실장, 이춘석 원내비서실장, 윤태형 미디어 부본부장 등도 문 후보를 돕고 있다.
◆물량공세 딜레마 우려··· 재계 눈도 여의도로
정책그룹 중 눈에 띄는 인사는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장과 김상조·김호기 부위원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정 교사였던 김 위원장과 개혁진보 성향인 김상조·김호기 부위원장의 만남으로, 문 후보의 외연 확장성이 한층 강화됐다.
정세현·이영탁 10년의힘위원장도 정책라인 핵심이다. 당 인사로는 윤호중 정책본부장과 김진표 일자리위원장, 우원식·이학영 을지로민생본부장 등이 정책그룹에 속해있다. 특위그룹에는 서훈 안보상황단장과 이용섭 비상경제대책단장, 정의용 아그레망외교자문단장 등이 있다.
문 후보 인맥은 이뿐만이 아니다. 애초 선대위 명단에 있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캠프 측이 공을 들인 인사다. 일각에선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염두엔 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재계에선 문 후보(25회)의 경남고 선배·동기인 허창수 GS그룹 회장(21회), 정동화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24회), 우상룡 GS건설 사장(25회),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25회) 등과 경희대 동문인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 최신원 SK 네트웍스 회장, 덕경회(경남중고 경제인 모임) 오완구 대한제강 회장, 홍하종 DSR제강 대표이사 등도 ‘학맥’으로 연결돼 있다. 연극인 노경식과 문화·예술계 30명도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키운 선대위 및 인맥으로 정부 출범 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세 진 이들이 많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당 초선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문 후보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선대위 구성의 중요한 키워드는 ‘확장성·다양성·전문성’인데, 문 후보 측은 세대교체는 못 했다”며 “확장성과 전문성을 키울 수 있지만, 다양성 부분에선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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