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기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해적을 평정하고 동북아 해상 무역을 주도한 ‘장보고’, 선단을 이끌고 세계 순례에 나서 중국 명나라를 세계에 알린 대항해가 ‘정화’, 동양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선단을 이끌고 대서양을 건넌 에스파냐의 ‘콜럼버스’.
이들은 모두 바다를 향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탐험가들이다. 그들은 망망대해에서 별자리에 의지하거나 나침반을 사용해 항로를 잡았다. 또 경험 있는 뱃사람을 앞세워 용감하게 혹은 무모하게 바다로 나섰다.
그러나 지금은 선박이 차량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전자해도’를 통해 안전하게 먼바다까지 항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전자해도는 국제수로기구(IHO)의 S-57 표준규격에 따라 제작된 디지털 바닷길이다. 구체적으로 △해안선 △수심 △등심선 △항로표지 △항해위험물 △항로 및 각종 경계선 등 정보를 선박의 항해장비(ECDIS : Electronic Chart Display and Information System) 모니터에 표현해 주는 도구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18년 7월까지 국제항해를 하는 500t급 이상 선박에 전자해도 탑재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이후에는 전 세계 5만 척 이상의 선박이 전자해도를 장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보급된 전자해도는 종이해도를 전자화한 것이어서 해저지형이나 조석 간만의 차 등 역동적인 바다 상황을 표현하는 데 한계를 안고 있다.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해양조사 및 해도 보급에 힘쓰는 국제수로기구(IHO)는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차세대 전자해도 표준(S-101)을 개발 중이다. 오는 2018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2019년 발표할 계획이다.
차세대 전자해도가 개발되면 바닷속 지형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고, 항로의 기상상태나 조석·조류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
즉 현재 차량에서 널리 쓰이는 3차원 내비게이션이 선박에 구현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항해자는 안전하고 경제적인 최적의 항로를 쉽게 탐색할 수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우리나라 전 해역을 포함하는 전자해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210종의 전자해도를 간행했다. 또 2008년부터 IHO의 차세대 전자해도 표준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2013년에는 미국과 함께 IHO에서 지정한 차세대 전자해도 시험 운영국으로 선정됐고, 2015년에 관련 실무그룹의 부의장국으로 선출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지난해 세계 최초로 차세대 전자해도 시범데이터에 대한 실선시험에 성공, IHO 수로서비스표준화위원회 국제회의에서 성과를 발표했고 회원국으로부터 실선시험 공동 참여를 제안받았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전자해도 탑재 의무화에 대비, 전자해도 국외 판매처를 추가 확보하는 등 전자해도 보급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해도의 보급률이 높아지면 전 세계 사용자들이 우리바다 지명, 특히 동해(EAST SEA) 등의 표기를 접할 기회도 늘어나게 된다.
전자해도는 국외 사용자가 임의로 지명이나 이름 등을 수정할 수 없도록 국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차세대 전자해도 개발을 선도하면, 우리의 해도를 사용하는 해외 소비자를 통해 '동해' 지명의 확산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4일부터 모나코에서 열리는 IHO 총회에서 ‘차세대 전자해도와 관련된 국제표준 변경시 검증절차 개선’ 이라는 의제를 발표한다.
차세대 전자해도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앞선 기술과 적극적인 개발 의지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게 되면 관련 시장 및 40조원에 이르는 선박 항해, 통신기기 시장 선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주 개최되는 IHO 총회에서 차세대 전자해도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노력을 세계 각국에 알리고, 우리 지명인 '동해' 알리기에도 나설 방침이다.
향후 추진 예정인 국립해양조사원의 차세대 전자해도 개발과 보급사업을 통해 ‘해양강국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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