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윤세미 기자 = 세계 주요 외신과 해외 투자가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국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청년 실업 해소와 재벌 개혁 그리고 정경유착 타파 등이 새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기대와 우려감이 교차하고 있다.
◆ "청년 실업 해소 우선··· 재벌 개혁에는 시간 걸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재인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네번째로 큰 경제 강국의 위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지난 2년간 한국 수출 규모는 추락해 왔지만 올해 1분기에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도 가속화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건전한 기업 경영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어 (문재인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이 상법 개정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모비우스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한국에서 재벌개혁이 이뤄지면 기업지배구조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고 한국 기업들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외신들은 재벌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으나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이날 칼럼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낙관론을 갖는 것이 마땅하지만 과거 정부도 재벌 개혁에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면서 "이제 막 출범한 정부의 약속에서 외국 투자자들은 데자뷔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재벌들이 일반 주주보다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한국의 주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된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MSCI 한국 지수의 주가수익비율은 9.7배인 데 반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의 주가수익비율은 13.8배로 훨씬 높다.
칼럼은 문재인 정부가 주주들의 전자투표제도 도입이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에 투명성 제고를 압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겠지만 순환출자 규제의 어려움, 2020년까지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재별 개혁 추진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는 오랜 시간 동안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한국의 재벌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의 부정적 인식과는 별개로 재벌들은 지금까지 상속세, 해외 투자자들의 외면, 내부 경영권 다툼 등의 다양한 과제 속에서 기민하게 적응하면서 정치적 힘을 강화해왔다고 전했다.
CNN머니 보도 내용에 따르면 경제분석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국 대선 전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재벌 개혁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재벌이 경제에 미치는 규모와 중요성을 생각해볼 때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 "미국·중국과의 관계 설정, 인구 감소 문제 해결 시급"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반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WSJ는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금 인상과 9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며 "세금 인상과 추가 예산 지출에는 국회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의 의석 수는 이 같은 구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 무역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도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폭스뉴스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철강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 억제로 작용하면 한국의 철강 수출 등에도 새로운 장벽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 보복으로 인한 한·중 무역 갈등 해결을 비롯, 인구통계학적 역풍도 경제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 가임기 여성이 출산한 아기 수는 평균 1.2명으로 세계은행(WB)이 제시한 평균치의 절반에 불과하다.
투자은행 나티식스는 "한국 정부가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인구 감소에 따른 역풍을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경제가 일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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