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위원회 산하 7개 금융공공기관에 따르면 캠코만 유일하게 한 명의 여성임원(상임이사)이 있고 나머지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코 허은영 공공사업본부장(이사)은 기업은행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4년 4월 캠코에 입사했다. 캠코는 지난 2012년 금융공기업 최초로 노정란 이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캠코에서 차기 이사 승진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부장급에는 현재 4명의 여성 인력이 대기 중이다. 이에 반해 신보와 기보, 예보는 현재 여성임원뿐 아니라 차기 임원 승진 대상인 1급(본부장급)도 여성 인력이 한 명도 없다.
금융감독원에는 천경미 금융소비자보호 부원장보가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다음 임원 승진 대상인 국실장 81명 중에서도 여성은 이화선 실장 1명뿐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여성 임원이 전무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내각의 여성 비율을 3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다.
문 대통령이 여성 인력을 적극 중용하는 것은 여성이란 이유로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을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 동일한 노력과 조건으로 입사하더라도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암묵적인 퇴사 압력을 받아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눈치 보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법에서 보장되는 한도까지 자유롭게 사용하고 현업으로 정상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승진에서 차별받은 게 아니라 승진 명단에 여성 인력을 넣고 싶어도 풀 자체가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임원 승진 대상자들은 약 30년 전에 입사했는데, 당시에는 여성 인력 자체가 별로 없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금 임원이 될 사람이 입사한 시절에는 여성 직원을 신입으로 많이 뽑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금융 공공기관은 최근 몇 년 동안 신입직원의 30~40%를 여성인력으로 채용하고 있으므로 향후 20~30년 후에는 상위 직급의 여성인력 풀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 역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매번 나오는 이슈 중 하나가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 타파"라며 "집권 당시 보여주기 식으로 여성임원이 몇명이 배출되냐에 집중하기보다 꾸준히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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