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새 정부가 기업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채찍과 당근책을 동시에 꺼내놓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시동을 걸었다.
공무원‧공공기관이 정부의 의지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과 달리, 민간부문의 고용여건은 다르기 때문에 유인책도 담은 것이다.
정부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해 중소‧중견기업을 중점 지원하고 혁신 창업생태계를 조성해 줌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95%가 몰려 있는 중소기업에 정규직 전환에 대한 확실한 유인책이 부족하고, 대기업에만 보여주기식 페널티를 부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정규직 많으면 ‘부담금’ 부과··· 칼 빼든 정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통해 비정규직이 많은 대기업에 부담금을 부여하거나 비정규직을 아예 뽑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검토하기로 했다.
일자리위는 일자리의 질적 향상을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일자리위는 올해 8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만들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노사 협의를 바탕으로 기관별로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할 방침이다. 경영평가편람에 일자리지표도 강화한다.
민간부문은 ‘동일한 가치를 가진 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준다’는 원칙을 적용해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다.
특히 로드맵에 ‘사용사유 제한 제도’와 ‘고용부담금’을 담는 방안을 검토한다.
사용사유제한 제도는 국민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제도다. 비정규직 고용은 예외적으로 사용된다. 고용부담금은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한 대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과다’의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면, 사실상 기업에 대한 비정규직 채용 가이드라인이자 벌칙 규정이 생기는 셈이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사용사유 제한이나 고용부담금은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어서 도입을 검토하지만, 실태조사를 실시해 맞춤형으로 추진하겠다”며 “기업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고 향후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위원장은 “대기업은 비정규직을 쓰지 않아도 될 만한 여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용유연성이나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한다”며 “우선적으로 대기업에 먼저 (적용)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640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 중 30만명이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나머지 95% 정도의 비정규직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조건 비정규직이 나쁘다,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인식 확산이 가장 걱정”이라며 “기업의 필요에 따라 적정한 인력을 채용하는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자리위는 ‘비정규직 채용 페널티’와 함께 유인책도 꺼냈지만,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담긴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한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관련 지원정책은 올해 종료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 연장이 전부다. 이마저도 중소기업(700만원)과 중견기업(500만원)이 대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중기‧창업‧벤처 지원 컨트롤타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이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위원회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다시 한 번 공식화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고용창출의 원천이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인식에서 출발, 이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되는 올해 8월까지 ‘혁신 창업생태계 종합대책’과 중소‧창업기업에 대한 금융‧세제지원 확대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태펀드 청년계정’도 신설하고, 창업위축 방지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삼세번 재기지원펀드’를 조성해 재기 기업을 지원한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민간부문의 경우 경제‧사회의 틀과 체질을 일자리 중심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민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예측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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