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악화로 막힌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재추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정부부터 시작된 '러시아 PNG(파이프라인 가스) 사업'은 러시아가 생산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을 경유, 한국으로 도입하는 사업이다.
3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안완기 가스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오는 6~7일 열리는 한국·러시아 정상회담에 동행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주최하는 국제회의인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안완기 사장 직무대리가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 동행해 남·북·러 가스관 사업 재추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PNG 사업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9월 러시아 방문시 천연가스 협력에 합의한 이후, 2006년 10월 정부 간 가스협력협정을 체결하는 등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PNG 사업 실무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즈프롬은 PNG 관련 공동연구 및 협상 등을 추진했지만,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문 대통령이 러시아 PNG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직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을 러시아로 보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스관 사업에 대해 포괄적으로 합의했다.
송영길 의원은 최근 '한국과 러시아 천연가스협력을 위한 논의'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세미나에서 "러시아 천연가스관 연결을 통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각화할 수 있고, 경제적 수익 창출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평화체제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으나,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 동방경제포럼에서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가스관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경제적·외교적 실리 때문이다.
러시아PNG는 중동LNG(액화천연가스)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영하 162도에서 냉각해 액체상태로 들여오는 LNG와 달리, PNG는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뽑아 정제하면 돼 액화 관련 비용절약이 가능하다.
특히 탈원전·탈석탄, 친환경 에너지 정책 확대 등 문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른 LNG 비중의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LNG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북한 역시 가스관 통관료로 매년 약 10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또 가스관 라인을 따라 한반도 종단열차(TKR)를 건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시키면 유럽으로 가는 육상경로 확보도 가능해진다.
이밖에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고, 남북관계 회복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사업의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던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북한 도발 탓에 계획이 무산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PNG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이후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연간 약 10BCM의 천연가스를 30년간 도입하는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특히 양사는 2011년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 김정은 위원장의 지속적인 도발 등으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모두 9차례에 달한다. 이에 청와대 역시 "북한 도발이 대단히 엄중하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협력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지 않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흥복 가스공사 E&P사업처장은 "한국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50% 이상 중동지역에 편중된 LNG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LNG와 PNG 공급경쟁 유발로 가격협상력과 공급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주변국에 가스수출 다변화 및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한국참여를 이끌 수 있고, 한국은 경제적 에너지원 확보 및 관련산업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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