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8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사드갈등은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영민 신임 중국대사는 부임 이전부터 사드갈등 해소와 한중관계 회복이 가장 큰 숙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일까?
9월 29일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대사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노영민 신임 주중 대사는 자신의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드 딜레마 해결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 아니면 의욕이 앞섰던 것일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아야
정부가 나서서 외부 환경을 기업들에 유리하게 만들고, 억울한 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자구적 노력은 기업의 몫이라는 노영민 신임 중국대사의 말은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노 대사는 “예를 들어 이마트가 철수했는데 사드와 아무 관계가 없다. 사드 터지기 전에 이미 철수가 결정됐던 것”이라는 점을 들어 “기업의 책임도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이마트의 중국 철수를 사드 보복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롯데의 사례이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이 싸운 것은 대중국 투자가 실패했다는 주장 때문이었지 않나? 신동주 회장은 롯데의 대중국 투자가 실패했다는 이유를 걸어서 공격한 것 아닌가? 그렇게 공격했을 때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라는 노대사의 설명에 재계와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재개는 “노 대사의 상황 인식이 잘못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부가 밭만 탓할 수 없다”는 노 대사의 관점은 옳다. 그러나 사례로 들었던 ‘롯데의 중국 철수’에 대한 비유는 분명 반발을 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롯데는 분명 중국의 사드 보복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았고, 베이징에서 필자는 직접 현장을 목격했다. 롯데의 중국 철수에 대한 이유가 중국의 사드 보복이라는 점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 조차도 이미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있는 사실이다.
둘째, 노영민 신임 중국대사는 ‘중국대사’의 신분에 적절치 못한 표현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중국의 우려는 당연하다”라는 노 대사의 관점은 부적절하다. 설사 개인의 생각이 그렇다 해도, ‘중국대사’의 신분이라면, 노 대사의 발언은 신중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중국대사’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우선 생각해야 하고, 중국의 입장 변호로 오해 받을 수 있는 의견은 ‘중국대사’가 아닌 ‘자연인’ 신분일 때 해야 한다. 개인의 생각보다 국가가 부여한 책임과 의무를 먼저 생각하고, ‘중국대사’라는 새로운 신분에 맞는 적절한 표현을 적절한 시점에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
◆재계와 정치권의 반발은 당연한 것
노 대사의 롯데 사례에 대한 인식은 롯데는 물론 재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봤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는데 모든 문제가 기업에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데 대해 말문이 막힌다.”라는 재계의 비판이 있다고 한다.
정치권의 반발은 직접적이고 강렬하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노 대사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대사인가? 우리의 피해가 시진핑 중국 정부의 치졸한 보복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호도한 것으로, 정부는 중국에 대한 사대외교와 아부 외교를 당장 거둬야 한다.”라고 반발했다는 보도이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정부 수뇌의 안이한 인식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참으로 기가 막힌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롯데마트는 피해액이 1조 원에 달하고 관광업 등 피해 총액은 22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 대사를 경질하라.” 라고 했다고 한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중국에서 철수한 기업은 물론 유통, 화장품, 자동차 업계 등이 사드 배치 이전과 비교해 50~60% 매출 급감으로 죽을 지경인데, 이 책임이 기업 때문이라는 노 대사의 현실인식이 놀랍다. 중국의 입장만을 대변할 경우 향후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수 있다. 외교·안보팀 전면 교체를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통상적(?)일 수 있고, 틈만 나면 반박의 기회를 노리는 야당 정치권의 이번 반발에 대해, 여당이나 정부가 적절히 반박할 만한 논점을 이번에는 찾기 어렵다. SNS에서의 노골적인 반발 댓글과 의견은 심각하다. 이번 추석의 화두가 될 수도 있는 이번 노영민 신임 중국대사의 발언은 의욕만큼이나 큰 반발을 자초했다.
◆노대사의 해명, 와전된 것이라지만
“중국 시장에서 롯데가 철수한 건 사드 보복 때문 만은 아니다.”라는 말은 와전된 것이라고 노 대사가 해명했다. “보다 복합적으로 사태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라는 노 대사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공직자라면, 개인의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언으로 인해 야기되는 오해와 파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드 갈등의 해법으로 한중 정상회담을 꼽았다는 노 대사의 인식도 문제다. “양국의 지도자들이 만나서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악수하는 모습을 중국 인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노 대사가 말하는 사드 갈등의 해법이라는데, 한중 정상이 만나면 사드 갈등이 해소될까? 한중 정상은 만나서 사드해법을 해소하려고 할까?
우선, 사드 갈등이 양국간에 어느 정도 해소되어야 한중 정상회담이 이루어 질 수 있다. 둘째, 중국은 사드를 복합적인 카드로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셋째, 주변 국제정세의 환경 변화에 따라 사드는 중국에게 장기적인 핵심카드로도 유용될 수 있다. 필자는 중국의 의도에 대해 노 대사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지 심각하게 궁금하다.
부임하기도 전에 사드 보복의 실제 피해자인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의 반발을 야기한 노영민 신임 중국대사는 국가가 부여한 ‘대사(大事)’를 그르치지 않도록 다음의 세 가지를 시급하게 실천해야 한다.
첫째, “상황 인식이 잘못된 것 같다”라는 재계의 반응에 대해 노영민 신임 대사는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충분하게 해명해야 한다.
둘째, 이번 발언과 관련, 충분한 해명에 이어, 지나친 발언이나 적절치 못한 사례언급에 대해 노영민 신임 대사는 국민에게 깊이 사과해야 한다.
셋째, 중국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지 의구심을 받는 노영민 신임 대사는 ‘비중국통(非中國通)’으로서 부족한 ‘중국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보완할 지에 대해 밝힐 필요가 있다.
중국대사의 직분을 수행하기도 이전에 이미 국민의 신임을 잃고,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사가 이룰 수 있는 성과는 제한적이다. ‘비중국통’인 노영민 신임 중국대사는 향후 언행에 있어서 오해의 소지는 최대로 줄이고, 부족한 중국 인식은 최대한 시급하게 보완하여야 한다.
필자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하얼학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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