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최순실게이트 수사 1년, 다시 찾은 현장은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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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기자
입력 2017-10-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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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날 당시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던 최순실씨의 거주지 등을 1년 후 다시 찾았지만 적막함만 남아 있었다.

[미승빌딩 내부 계단이 접근을 못하도록 차단돼 있다. 사진=최영지 기자. ]



지난해 10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시작으로 박영수 특검이 국정농단 수사를 끌고 온지 1년이 다 돼간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씨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여전히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일부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되는 판결 선고가 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은 최씨가 소유하고 거주하기도 했던 곳으로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건물이다.

최씨가 1998년에 구매해 7층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자택과 카페, 의상실이 몰려있는 강남 일대는 최순실 타운이라 불렸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현장에서는 더 이상 최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씨는 지난 4월 재산 압류를 우려해 미승빌딩을 매각하려고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미승빌딩의 시세는 200억원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은 추징보전을 명령했고 한 달 뒤에는 서울중앙지법이 77억원 상당의 추징보전액으로 가압류를 결정했다. 이후 미승빌딩에서 임대로 자영업을 하던 이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재 1층에 있는 음식점과 카페, 3층에 있는 마사지숍을 제외한 모든 층이 공실이었다. 임대를 중단한 이유는 최씨의 건물이어서 더 이상 영업하기 힘들다는 것도 있었지만 이후 가압류가 진행되면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 내부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다른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에스컬레이터는 운행이 중단돼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1층과 3층을 제외한 다른 층수의 버튼은 아예 눌리지 않아 3층을 제외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계단 역시 3층 위로 계단문을 잠궈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가 지난 6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미승빌딩에서 지내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날 저녁 내내 불은 꺼져 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사건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찾아오냐”며 “우리 같은 아랫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정씨를 상대로 더 이상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용했던 김영재의원은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김영재 원장은 비선 진료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원장은 반성하는 의미로 항소를 포기한 가운데 병원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김영재의원 관계자는 “진료를 받으려면 며칠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면서 “김영재 원장이 진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형 선고를 받은 만큼 김 원장의 의사면허가 정지될 것으로 보였지만 아직까지 대한의사협회의 징계 절차는 진행 중이다. 의협에 따르면 6월 중 징계 의결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였지만 재판이 진행 중이라 절차가 늦어졌다. 의협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면 보건복지부에 요청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의료법 66조에 따르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1년 동안 의사 면허 자격이 정지될 수 있고, 자격 정지 기간 동안에는 의료업을 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이전 자택이 있던 삼성동 주민들 역시 잇따른 시위와 취재 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다시 평온을 찾은 모습이다. 이사를 한 내곡동 자택 주변에도 지금은 교대로 경비를 서는 의경 두명 외에는 인적이 없었다.

박 전 대통령 내곡동 자택 외부에 경비 초소가 생겼다. [사진=최영지 기자]



자택 외부에는 의경 초소 두 군데가 새로 생겼고, 나무가 새로 심어지기도 했다. 애초 박 전 대통령 측 경비인력이 머물기 위한 집은 협상이 안 돼 구매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들은 자택 내부에서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자택을 여기로 옮기기 전에 지금 내곡동 자택 주변 집주인들에게도 집을 팔라는 문의가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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