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재정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재정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도입된지 40년 만에 ‘선진국 수준의 국민건강 향상’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교적 낮은 수준의 의료이용 보장(건강보험 보장률 63.4%)’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월 9일 정부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비급여 해소를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는 급여화하되 가격이 높은 비급여는 ‘예비급여’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국민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선택진료, 상급병실, 간병)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신포괄수가제를 확대해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노인·아동·여성 등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 완화다. 셋째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제도화 및 대상 확대 등을 통한 긴급 위기상황 지원 강화였다. 결국 이를 통해 2022년에는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2022년까지 누적 30조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21조원) 중 절반을 우선 활용한다. 국고지원과 소득중심의 부과기반 확대 등으로 수입구조를 탄탄하게 하며, 사무장 병원 등 요양기관의 허위‧부당 청구를 근절하여 지출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건강보장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계의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동안 비급여가 의료기관의 수익보전 기반으로 활용됐던 현실을 고려하여 적정하게 수가를 보장하고, 의료서비스의 질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가입자, 공급자 등 이해관계자와 부단하게 소통해 비급여의 체계적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재정 관리 체계를 수립한다면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가 도래할 것이다. 제도 변화를 앞두고 각계의 의견 대립과 우려로 시작 전부터 불안함을 보이는 것은 개혁을 바라는 사회에 위축감만 주게 된다.
선진국 수준의 보장성을 달성하기 위한 도약의 시기, 건강보험은 국민에게 힘이 되고 보건의료체계 발전의 중심이 되는 제도로 성장해 나아가야 할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