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유커(중국인관광객·遊客)의 귀환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살얼음판을 걷던 한국과 중국 양국이 31일 관계 회복 합의를 전격 발표하면서 국내 관광업계 역시 큰 기대감에 들떠 있는 모습이다.
외교부가 게재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에 따르면 한·중 양측은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기로 합의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이후 보복 조치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인 발권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간다‘고 밝힌 만큼 이는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를 완화하거나 철회하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수 1720만명 중 절반 수준인 46.8%는 중국인(806만명)이 채울 정도로 그동안 방한 관광시장에서 유커는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2015년 기준 중국인 관광객 1인당 한국 내 지출경비만도 2391달러(약 274만원)에 달할 정도로 씀씀이 역시 커 ‘큰 손’으로 불리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시작된 중국 정부의 간접 보복으로 인해 소폭 감소세를 기록하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3월 중국 정부의 ‘방한 단체관광 금지 조치’라는 이른바 금한령(禁韓令)이 발동되면서 완전히 반토막 났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사는 총 161곳인데 대부분이 개점휴업상태다.
일부 업체들은 사실상 폐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들은 관광업계 큰 손으로 꼽히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뛰어들었다가 사드 보복 조치의 된서리를 맞았다.
한국관광통계공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방한 단체관광 상품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직후인 3월부터 8월까지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3만6215명으로, 전년 동기(633만4312명) 대비 61.3%나 줄었다.
유커의 발길이 끊기면서 관광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한·중 양국이 교류 협력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중국의 금한령도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다만 양국 정부의 발표문에 금한령 해제 등 직접적인 표현이 없기 때문에 금한령이 본격적으로 해제되기까지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효식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실장은 “여행사 상품이 정상 판매될 때까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전효식 실장은 “갈등이 있었던 일본 대만 필리핀의 상황만 봐도 이들 국가의 관광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약 2~4달 걸렸다”며 “방한 중국여행상품 판촉 등 실행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정상화하기까지는 1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고질적인 문제로 대두됐던 저가 상품을 지양하고 품질관리를 제대로 거쳐 고품질의 상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늘고 있는 개별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관광 전문가들은 유커 의존도를 낮추고 최근 정부와 업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장 다변화 정책을 지속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전문가는 “유커에 의존해 온 관광업계는 사드로 인해 쓰라린 고통을 맛보았다”고 말한 뒤 “사드 보복이 완화돼도 중국 시장에서의 노력과 함께 시장 다변화는 계속돼야 한다”며 “기존 관광산업정책과 관광수용태세 역시 꼼꼼히 짚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