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통상 분쟁이 완화하리라는 기대는 공염불이 됐다.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상무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승인을 거부한 것은 글로벌 기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강력한 불만과 반대의 뜻을 표시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거부한다는 법률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중국은 2001년 12월 WTO에 가입하면서 15년간 비시장경제로 분류되는 것을 감수했다.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반덤핑 조사 때 제3국의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덤핑률을 산정하는 '대체국 가격 조정' 대상이 돼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15년이 경과한 만큼 자연스럽게 시장경제지위를 갖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지위 부여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EU와 무역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에 미국이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승인을 거부한 것은 EU를 측면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발끈했다. 중국 상무부는 "WTO '중국가입의정서' 15조의 대체국 가격 조정은 지난해 12월 11일로 효력이 상실됐다"며 "EU는 중국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벌이면서 이 조항을 활용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상무부는 "대체국 가격 조정과 시장경제지위 간에는 관련성이 없다"며 "WTO도 시장경제지위에 대한 판정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이 이 두 사안을 뒤섞는 것은 이목을 현혹시켜 진위를 분간하기 어렵게 하려는 시도"라며 "이미 다른 사안과 관련해 미국의 이같은 태도를 지적하는 의견을 WTO에 냈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도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겅솽(耿爽) 대변인은 "비시장경제라는 개념은 WTO 규칙에 없는 냉전 시기의 산물"이라며 "WTO 회원국들은 규칙을 준수하고 국제조약 의무를 이행해 반덤핑 조사에서 대체국 가격 적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완성했고 국제적 승인도 받았다"며 "미국과 EU 등은 대체국 가격 조정 제도의 차별적인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지난 주 중국산 알루미늄 합금 시트에 대해 덤핑 판매 및 부당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례적으로 업계의 공식 요청 없이 자발적 조사에 나섰다는 데 주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향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것으로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방중 기간 중 "무역 불균형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이 2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돈보따리를 안겨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미국의 도발로 양국의 통상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도 미국의 뜻에 순순히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있어 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 국면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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