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프레임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프레임 안으로 들여오는 일입니다.”
한국형 1호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아이빌트세종을 이끌고 있는 이준배 대표(48). 그의 또 다른 직함은 (사)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이다.
이 회장은 1997년 전자제품 및 반도체장비에 들어가는 정밀부품 생산회사인 제이비엘(JBL)을 창업, 100억원 가까운 연매출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독특한 창업 아이디어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모여야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수 있다는 그의 확고한 철학은 혁신성장을 일궈나가는 ‘사람중심의 문재인 정부’와 닮은 점이 많다.
◆‘한국 스타트업 다 모여라, 진짜 멘토가 떴다‘
지난해 12월 22일 창립기념행사를 마친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현재 29개 액셀러레이터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토종 스타트업 발굴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준배 회장은 “그동안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이 투자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며 “해외 액셀러레이터처럼 이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키워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액셀러레이터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에 정식 등록된 액셀러레이터가 55개에 달하는데, 올해내 100개 정도까지 액셀러레이터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추가적인 협회 가입절차를 추진중이며, 협회가 단순히 회원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가 아니라 스타트업을 우선하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공한 실패, 성공한 성공을 돕는 게 목표”
흔히 글로벌 창업시장에서는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을 유니콘기업에 둔다. 유니콘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말한다.
이준배 회장은 “액셀러레이터들이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1개만이라도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상당한 성공을 만들어낸 일일 것”이라며 “그러나 창업시장에서는 성공만 바라보고 가다간 큰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스타트업의 실패는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 그래서 액셀러레이터들은 실패율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다”며 “창업시장에 대한 두려움은 실패를 하게 되면 한 사람이 무너져버리고 모든 인맥이 사라져버리게 되는데서 비롯되는데, 실패해도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 역시 액셀러레이터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피봇(방향전환)’을 돕고,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가는 게 액셀러레이터의 일이라고 이 회장은 강조한다.
‘피봇’에는 그야말로 성공과 실패 요소가 공존한다. 카카오톡이 압도적인 이용자수를 토대로 게임분야와 은행분야로 색을 바꿔나가는 성공의 방향전환이 있는 반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변화에 방향전환을 제때 하지 못한 코닥의 사례도 있다.
이 회장은 “투자를 많이 받고 승승장구하는 것이 ‘성공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성공한 기업이 스타트업의 고충을 알고, 다른 스타트업에게 성공을 나눠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게 바로 ‘성공한 성공’인데, 이를 일깨워주는 역할 역시 액셀러레이터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양손을 다 내놔서 ‘제3의 손’이 필요할 때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올인(All-in)'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 역시 아이빌트세종이라는 액셀러레이터기업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실, 액셀러레이터들은 오른손을 스타트업에, 왼손을 벤처캐피털(VC)에 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는 액셀러레이터기업에 대해 정부자금을 받고, 교육을 전담하거나 수익을 내는 기관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면서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다.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양손 모두 스타트업 성장에 써야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을 붙잡고 가느라 남는 손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찌 보면 액셀러레이터들을 지탱해주고 잡아줄 수 있는 제3의 손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며 “그 역할을 바로 정부가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업시장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추진되어야 하지만 민간 창업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유연한 프레임에서 혁신 찾아야”
창업 일선현장에 서 있는 이준배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이 반가울 따름이다. 다만 그는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데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
이준배 회장은 “혁신을 해보자고 얘기하지만, 하나의 큰 틀을 먼저 만든 뒤에 그 안에서 생각하게 되면 혁신을 찾을 수 없다”며 “혁신은 프레임 밖에 있는 일들을 프레임 안으로 들여올 때 비로소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준이 필요한 만큼 프레임을 둬야 하지만, 그 프레임을 유연하게 하고 상호 소통하고 융합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 보니 다양한 사람속에서 혁신과 창업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며 “창업시장에서도 중요한 요소는 파트너십이며 네트워크이다 보니 사람과 사람이 함께 모여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수 있도록 대화하고 소통하고 머리를 맞대는 과정을 통해 혁신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예선전 개념의 전국 모집 기대"
이준배 회장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기업과 함께 전국적인 창업 신드롬을 열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서울을 비롯, 충청권·경상권·전라권 등 각 지역의 액셀러레이터가 협회의 주춧돌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아직 영글지 않은 많은 스타트업이 지역에 많이 있고, 각 지역마다 예선전 개념의 스타트업 모집을 한 뒤 또다시 우수한 역량을 가진 같은 팀이나 스타트업을 키워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모든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최종 목표로 둬야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각 분야에 맞춰 능력을 가다듬고, 기술력을 높여 자신에게 적합한 시장으로 진출하면 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거나, 때론 기존 산업에서도 창업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인내할 줄 아는 자세로 창업시장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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