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소지섭 분)과 어린 아들 지호(김지환 분)는 하염없이 ‘장마’만을 기다린다. 1년 전 “비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 때문이다. 두 사람은 수아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절박한 기우제를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진과 지호는 터널에 쓰러져있는 수아를 발견한다. 세상을 떠나기 전과 다름없는 수아의 모습에 두 사람은 벅찬 감정을 느끼지만, 수아는 지호는커녕 우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도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는 우진과 지호. 두 사람은 수아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과거를 더듬어가며 첫 만남과 첫사랑, 첫 데이트 등 행복한 순간들을 함께 나눈다. 세 사람은 또 한 번 사랑에 빠지지만, 장마는 너무 빨리 끝나고 만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이장훈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동명의 일본 소설·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 감독은 영화보다는 소설에 무게를 더 두고 각 인물의 관계, 감정이 쌓이는 과정에 집중하며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만의 새로운 색채를 완성해냈다.
추가, 삭제 등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것은 수아 캐릭터다. 원작 영화 속, 타쿠미가 수동적 여성으로 그려지며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엄마 역할’을 완벽히 해내는 것과 달리,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속 수아는 미숙한 상태에서 지호·우진을 만나 점차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특히 그가 엄마로 성장하는 과정,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촘촘하게 묘사돼 있는데 멜로 감성으로 풀어놓은 가족극은 남녀, 세대를 불문하고 통(通)하기 마련이다.
수아의 캐릭터 변화로 인해 우진, 지호의 성격과 호흡 역시 자연스레 변화를 맞았고 이로 인해 영화의 ‘호흡법’ 또한 원작과 상당 부분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소설·영화가 가진 큰 줄기와 감성, 메시지 등은 여전하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행복,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가족과 연인에 대한 사랑이 보다 더 짙고 섬세하게 표현돼있다.
미장센 또한 훌륭하다. 계절, 인물, 풍광은 물론 공간과 빛, 구도 등이 세밀하고 아름답게 그려졌다. 원작영화를 사랑하는 팬들 역시 아쉽지 않을 만한 영상미를 가졌다.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 수아 역을 맡은 손예진과 우진 역의 소지섭은 다채로운 감정들을 매끄럽게 표현한다. 풋풋한 첫사랑, 연인, 가족 등 감정의 변화,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냈으며 아들 지호 역의 김지환은 첫 연기임에도 제 몫을 다해냈다. 어린 수아와 우진을 연기한 김현수, 이유진이 돋보이는데 두 사람이 쌓아 올린 전사와 풋풋한 매력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말갛게 한다. 오늘(14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31분, 관람 등급은 12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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