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오는 6·13 동시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명기됐고, 29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대외에 공개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5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남북정상회담이 6·13 지방선거에서 정부와 여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29일 현재까진 없다. 다만 회담이 열린 2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24일~26일 실시·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73%로 나타났다. 지난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직후 70%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3%p 상승한 것이다. 드루킹 사건에 대한 야권의 과도한 공세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2%p 상승한 52%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은 12%, 바른미래당은 7%로 집계됐다.
야권으로선 문제다. 특히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정권심판론을 내건 한국당의 고심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내·외신 등 대부분의 언론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고, ‘생중계’ 효과로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역시 상당 부분 내려간 상태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모에화(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귀엽게 묘사)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갓 1년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먹힐까’라는 의문이 내부에서도 제기된 바 있는 데다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워낙 큰 의제가 경제나 민생 등 문제를 빨아들이고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의 고공 지지율이 일종의 쓰나미처럼 작동하고 있다”며 “민생이나 경제, 청년일자리 등은 중요한 문제지만, 현재로선 작은 파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당이 천막농성까지 하며 이슈 파이팅에 나서고 있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역시 점차 묻히는 분위기다. 인터넷상의 여론 흐름을 볼 수 있는 네이버 트렌드에서 ‘남북정상회담(문재인·김정은 함께 입력)’과 ‘드루킹(댓글조작·김경수·드루킹·특검)’을 함께 검색한 결과를 보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관심도가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에 대한 관심도를 상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9일 오후 해당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한 결과 27일 남북정상회담 관심도를 100으로 봤을 때 드루킹 사건은 1로 나타났다. 드루킹 사건은 지난 16일 75로 정점을 찍고, 19일 26을 기록한 뒤 점차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댓글조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를 열었다. 드루킹 사건에 대한 불씨를 이어가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후속 이슈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특별검사 도입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던 야권 내부의 균열도 관측된다. 드루킹 특검법을 공동발의했던 민주평화당은 이날 ‘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는 안보장사 그만두고 남북평화의 큰길에 함께 나서라’는 논평을 내기까지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에 대해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가한 뒤 “(6·13 지방선거에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언급한 뒤 “협상전문가들은 다 알겠지만, 그거 하나 넣기가 되게 힘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판문점 선언의 내용이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내용 아니냐”며 “특히 통상적으로 보수층으로 얘기되는 기업과 자본가들이 누구보다 반길 것이다. 확실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불안을 덜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드루킹 사건’에 대해선 “처음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이기기 힘든 이슈였다. 만약 회담에서 성과가 없었다면 드루킹 이슈가 압도할 수 있었지만, 성과가 너무 기대이상으로 나오다 보니, 정말로 회담을 덮기엔 무기력한 상황이 돼 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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