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3일 간암으로 별세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가 8년 만에 자유의 몸이 돼 중국을 떠났다.
중국 당국이 류샤의 출국 사실을 공식 인정하면서, 이는 중국이 미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에서 서방 각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류샤의 독일행 보도에 대해 "류샤가 본인의 바람대로 치료를 받으러 독일에 간다"고 확인했다.
그의 남편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08헌장'을 발표해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 등 광범위한 민주개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009년 12월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의 이런 민주화 활동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수감 중이던 류샤오보는 노벨상을 받을 수 없었고, 노벨위원회 측은 텅 빈 의자에 메달을 걸어주는 이벤트를 했다.
류샤는 지난해 남편의 사망 후 외국으로 이주하길 원했으나, 남편 장례식 직후 중국 당국에 의해 윈난(雲南) 성 다리(大理)시로 강제 여행을 가면서 외부와 40여 일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베이징 자택으로 돌아왔으나, 정부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해 외출조차 쉽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지만, 단지 류샤오보의 아내라는 이유로 2010년부터 가택연금을 당해 8년 동안 자유를 잃고 살아왔다.
류샤는 극심한 슬픔에 빠져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몸이 안 좋아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류샤의 출국을 촉구하는 서방 각국의 요청을 철저히 외면해 온 중국 당국이 류샤를 무역전쟁의 카드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서방 각국의 지지를 얻어 무역전쟁 동맹국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와 리커창 총리가 9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낸 다음 날 류샤의 석방이 이뤄졌다는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올해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중대한 정치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 류샤의 출국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적 행사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는 듯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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