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불어나는 '부채'가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고 이를 의식한 당국이 디레버리징(부채율 감소)를 위한 개혁과 구조조정, 단속 역량을 강화하면서 중국 증시 상장사의 부채 증가율이 큰 변동없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금융정보업체 윈드(Wind) 통계에 따르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와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아직 상반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ST(특별관리종목)창성(長生)을 제외한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 상장사 3452곳의 올 상반기 기준 자산대비 부채율이 61.9%를 기록했다고 21세기경제보도가 5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이지만 3년여 연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레버리지 증가를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국이 레버리지 축소를 강조함에 따라 많은 기업이 부채 축소, 감원, 사업규모 축소, 임금인하, 구조조정 등 다양한 수단으로 자산건전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비슷한 증가 속도를 유지하면서 최근 3년여간 부채율도 소폭 증가에 그쳤다. 올 상반기 자산대비 부채율은 61.9%로 지난해의 61.35%를 웃돌았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2015년 부채율은 61.62%, 2016년은 61.28%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상장사 부채율은 30~60%가 정상범위로 70%를 웃돌 경우 문제가 있고 80% 이상이면 재무상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90% 이상이면 경영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간주한다.
안정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채율이 높고 상당수 상장사의 자산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져 있어 레버리지 축소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상장사가 대출 등 '빚'이 아닌 증시 등을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도 여전히 낮다. 디레버리징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올 상반기 기준 부채율이 100%를 넘는 곳은 19곳으로 대부분이 이미 적자 경영으로 비상등이 커진 ST 종목이었다. 부채율이 70%를 웃도는 상장사도 무려 326곳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건축, 자동차제조, 컴퓨터, 전력생산, 철강, 전문설비 업종에 집중됐다.
특히 여전히 부동산개발업체의 부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 상반기 부채율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었다. A주에 상장한 부동산개발업체의 상반기 말 기준 부채율은 지난해 말의 79%에서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상위 5위권의 대형 개발업체가 여전히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며 사업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 부채 증가의 배경으로 언급됐다.
반대로 부채율이 낮아 확실한 '안정권'에 진입한 기업이 전체의 30%에 달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부채율이 30% 이하인 상장사는 총 1148곳으로 제약, 전기기기, 방직, 인터넷, 화학원료 및 화학제품 제조업 기업이 대부분이다. 부채율이 10% 미만인 기업이 134곳이며 가장 낮은 부채율을 기록한 기업은 췬싱(群興)완구로 0.9%에도 못 미쳤다.
지분 등 자산 매각을 통한 대대적 구조조정이 상장사 부채율을 낮추는 주요 방법으로 자리잡은 것이 특징이다. 올 상반기 지난해 말 대비 부채율을 20% 이상 낮춘 상장사는 무려 215곳으로 화공업체인 싼아이푸(三愛富)가 76.6%로 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 광둥간화(廣東甘化), 완싱(萬興)테크 등이 60% 이상을 낮췄다.
싼아이푸는 자산정리, 구조조정으로 통해 부채율을 낮췄다. 국유기업인 문화발전그룹으로 부터 지분투자를 유치하고 일부 자회사 등 주요 자산은 대거 매각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문화교육+화학공업'을 성장엔진으로 갖춘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했으며 이와 동시에 지난해 말 56.2%에 달했던 부채율을 올 상반기 13.5%까지 낮췄다.
이 외에 순이익이 크게 늘면서 부채율이 낮아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공급 측 개혁이 한창인 철강, 석탄 등으로 이들 업종의 부채율은 지난해 62%, 61.9%에서 최근 60.7%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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