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 칼럼] '트럼프 리스크'에 발목잡힌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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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8-12-2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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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셧다운은 민주당 책임"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형사사법 개혁법안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 곳의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다. 지난해 이때만 해도 세계 경제는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성장세를 보이며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었다.  통상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나타났던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고, 오히려 뉴욕 증시는 1931년 세계 대공황 시대 이후 최악의 12월을 보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미국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식 투자자들은 미.중 무역 분쟁이 조기에 봉합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거기다가 금리 정책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불거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해임설로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멕시코-미국 국경 장벽 예산 갈등으로 인한 연방정부의 '셧다운' (일시적 업무정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 등 각종 정치적 혼란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글로벌 증시는 몸살을 앓고 있다. 

당초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본인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으로 백악관에 홀로 남았다.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 시간) '트럼프 나홀로집에'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4시간에 걸쳐 안팎의 '적'들을 향해 분노의 트윗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무차별적인 트윗에 다음날 뉴욕 증시는 급락 장세를 연출했다. 민주당 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의 '분노와 짜증'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그의 '마이웨이'식 독주는 멈추지 않을 기세이다. 그동안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해오던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퇴진으로 트럼프의 '제어판'이 사라졌다.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도 그를 점점 옥죄고 있다.

세계는 현재 소위 트럼프發 혼돈(chaos)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의 충동적인 행동이 워싱턴과 국제사회를 우려와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불안한 것은 좌충우돌의 트럼프가 '동시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이성적 판단하에 인내심 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우며 중국 등 교역 파트너를 향한 트럼프의 무역 공세로 인해 세계 각 곳의 기업들은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주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논란으로 안보 공약과 동맹의 균열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이다. 

도이치 은행의 국제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스록(Torsten Slok)은 "올해(2018년)에 접어들면서 화두는 모든 것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이었고 어디를 가나 모든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어디를 가도 좋지 못한 것들 뿐이다"이라고 푸념한다.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닌 듯 하다. 지난 한 달 간 발표된 경제 지표를 보면,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유럽의 경제모두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도 세계 경제가 'synchronized slowdown' (동시에 나타나는 경기 하강)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대다수가 미국의 경기 후퇴(recession)나 중국 경제의 경착륙 (hard landing)이 발생할 정도의 최악의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각 곳의 경제 엔진이 급속히 식어가면서,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보호주의와 내셔날리즘(국수주의)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국의 지도자들이 경기 하강 문제를 일반적인 매크로 툴(tool)을 사용해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역 장벽을 높이는 등 정치적인 의도를 우선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미국의 경제는 3% 가까이 성장하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성장률이 2%대 중반 또는 초반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탄탄한 경제 지표와 주식 시장의 상승세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를 받쳐온 버팀목 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나빠지면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경기 둔화와 주가 약세는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조기에 타결토록 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무역 전쟁으로 피해가 늘어가고 있는 중국도 민영기업 수출 지원과 내수 소비 촉진 그리고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등을 통해 신속하게 위기 극복에 나설 태세이다.   

내년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의 첫 번째 요인인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된다면 세계 경제는 1년 전 처럼 다시 장및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지 모른다. 내년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 분위기는 올해 보다는 훨씬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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