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 롯데케미칼. [사진=각 사 제공]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치열한 투자 경쟁을 펼치며, 신년에도 이같은 움직임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두 기업은 지난해 유무형자산 투자액을 크게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은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올해 또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3분기 누적 투자액은 1조9368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8252억원 대비 138.0% 증가한 수치다. 이 회사는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지 부문과 기존 주력사업인 기초소재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LG화학은 우선 중국 장쑤성 난징시 빈장경제개발구에서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연간 주행거리 320km 기준의 고성능 전기차를 5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32기가와트시(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동시에 지난해 12월말 전자 공시를 통해 연간 6GWh인 폴란드 공장의 생산 능력을 15GWh수준까지 확대하기 위해 6513억원을 현금 출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올해에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34GWh인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0년까지 최대 110GWh 규모로 확대하고, 그 중 절반 이상 규모를 유럽 현지 공장에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까지 유럽 공장 생산 규모를 목표치인 50, 55GWh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에도 향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할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해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기초소재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총 2조8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2년까지 전남 여수에 NCC(납사분해시설) 및 고부가 PO(폴리올레핀)를 각 80만t 증설하기로 했다. 이같은 투자는 수익 창출을 위해 집중해 온 고부가 제품 사업 확대에 더욱 힘을 싣는 동시에 기초소재 부문에서 기존 경쟁우위를 굳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활발한 투자에 힘입어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총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회사채를 가장 많이 발행한 회사로 꼽히기도 했다. 그 중 9700억원이 시설자금 투자에 쓰이고 있다.
경쟁사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투자액이 4045억원으로 전년 동기 1867억원 대비 85.7% 증가하며 투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신사업 분야인 전지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LG화학과 달리 정통 석유화학 사업에 집중하면서 원재료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화학 공장에 투자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지난 상반기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2조7000억원 규모의 HPC 설비를 충남 대산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공장 내 약 50만㎡ 부지에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를 통해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짓고 있다.
HPC는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 원료로 사용하면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등 비교적 저가인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각종 플라스틱 소재가 되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로, 기존 NCC 대비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울산공장에 총 500억원을 투자해 PIA(고순도이소프탈산)제품 생산설비를 두배 규모로 증설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약 46만t 생산설비 규모를 약 84만t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롯데케미칼 역시 올 한 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향후 5년 간 화학·건설 부문에만 총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총수 부재로 그간 중단됐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투자 작업이 지난해 12월 재개되기도 했다. 이는 총 4조원을 투입해 인도네시아 반텐주 실레곤에 NCC를 짓는 사업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그룹 투자 계획에 따라 매년 4조원가량 꾸준히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는 기존 공장 증설 사업과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조성 등 기존 투자 계획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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