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경제전문가들로부터 'B-' 성적표를 받았다. 전임자인 재닛 옐런(2014~2018년)과 벤 버냉키(2006~2014년)의 'B+'보다 못하지만,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과는 같은 점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월례 설문조사에서 그린스펀, 버냉키, 옐런, 파월 등 4대 연준 의장들에 대한 평가를 맡기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지난 5일 취임 1주년을 맞은 파월 의장이 의사소통에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레고리 다코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학기 초반 유능한 소통능력을 보여줬지만, 학기 말에 이르며 집중력을 잃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이 기말 시험을 통과하려면 커뮤니케이션 과목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코는 파월 의장의 성적을 'C'로 평가했다.
WSJ도 파월 의장이 최근 몇 개월 새 여러 번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가진 회견에서 금리 수준이 궁극적인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에도 연준 위원들이 올해도 금리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6주 뒤인 지난달 30일에는 금리인상 근거가 약해졌다며,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FOMC 정례회의 사이에 미국 경제지표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며, 지표에 근거하면 이같은 정책기조 전환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스콧 앤더슨 뱅크오브더웨스트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금리인상을 둘러싼 일관성없는 소통이 지난해 4분기 증시 투매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며 파월 의장에게 'B'를 줬다.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 기조 전환 조짐을 드러내자 응답자의 53%가 연준이 올해 중반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24%만 상반기 금리동결을 점쳤다. 반면 같은 기간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답한 이는 지난달 73%에서 이번엔 47%로 줄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다만 연준이 올해 한두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봤다. 48%는 한 번, 28%는 최소 두 번 이상의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10%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 금융업계와 학계 이코노미스트 62명을 상대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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