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EU가 오는 9일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가시적인 성과물을 요구한 만큼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과장되고 선동적인 추측이라고 반박한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노사관계개선위)는 지난달 28일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고 막판 의견 조율에 들어갔지만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관계개선위는 4월 초까지 추가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박수근 노사관계개선위 위원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에 필요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4월 초까지 노사정 합의가 되지 않으면 논의가 마무리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약 9일까지도 우리나라가 ILO 협약 비준 관련 협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EU는 정부 간 협의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 패널이 소집되면 우리나라의 FTA 규정 위반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지게 된다.
노사관계개선위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EU가 제시한 시한을 지키지 않았을 때 우리 경제가 받을 타격은 분명하다”면서 “직접적인 피해는 우리 기업들이 받을 것이다. 특히 EU에 진출한 현대·기아자동차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EU는 과거 라트비아와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에 대해 노동 규정 위반으로 경제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관세 제재를 못하더라도 동원 가능한 다양한 제재가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한 경영계는 EU 보복 조치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EU FTA 협정은 국가 간에 엄정히 이행돼야 하지만 ILO 핵심협약 비준은 강제성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총은 “한-EU FTA 제13장 분쟁해결절차에는 무역·상업·경제적 보복조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도 이에 따라 만일 우리나라 무역이나 기업들의 이익이 침해받을 경우에는 주권적으로 방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사노위는 4월 초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합의 없이 논의된 내용만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1991년 ILO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ILO 전체 협약 189개 가운데 일부만 비준했다. 특히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87호와 98호를 비롯해 29호(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105호(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 등 핵심협약 8개 중 4개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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