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이다. 2012년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은 김인경에게 악몽 같은 대회였다. 김인경은 우승을 코앞에 둔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눈을 감고 쳐도 들어갈 30㎝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연장전을 치른 뒤 결국 우승컵을 유선영에게 헌납했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기회를 놓쳐버린 김인경은 이후 ‘30㎝ 악몽’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동안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그 세월만 무려 4년이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김인경은 2016년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라 슬럼프에서 벗어났고, 2017년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며 ‘30㎝ 악몽’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나비스코 챔피언십의 기억은 김인경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
하지만 김인경은 7년 만에 아픈 기억을 완전히 씻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같은 대회 같은 코스에서 열리는 올해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00만 달러) 2라운드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최고의 퍼팅 감이다.
김인경은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를 쳤다.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를 기록한 김인경은 캐서린 커크(호주‧5언더파 139타)를 3타 차로 따돌린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또 김인경은 2012년 당시 1‧2라운드 합계 기록 140타보다 4타를 더 줄인 뛰어난 성적을 내며 개인 36홀 최저타 기록도 새로 썼다. 이날 김인경은 신들린 퍼트를 선보였다. 까다로운 5m 안팎의 퍼트가 홀에 빨려 들어간 것만 수차례였다. 김인경의 퍼트 수는 25개에 불과했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김인경은 전반 버디 4개를 잡았고, 후반에 유일하게 보기 1개를 적어냈으나 버디 4개를 추가해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해 신인왕 고진영은 4언더파 공동 3위에 올라 상위권을 유지했고,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골라내 재미교포 대니얼 강 등과 함께 3언더파 공동 5위에 자리했다. ‘슈퍼 루키’ 이정은6와 양희영은 나란히 2언더파 공동 10위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 박인비와 세계랭킹 2위 아리야 쭈타누깐(태국)은 1오버파 공동 28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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