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은 모디 총리의 친기업정책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현지 투자를 확대하며 중국발 위기 돌파를 모색해왔다.
◆정권 따라 친기업 정책 변화 전망
14일 재계에 따르면 인도 시장에 대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공격적인 기존 전략이 다음달부터 새롭게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타르프라데시 등 20개 주와 연방직할지 91개 지역구를 시작으로 본격 선거에 돌입한 총선 결과에 따라 진출 기업의 경영 전략도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기 총리는 5월 23일에 결정된다.
일단 업계에서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과 지역 정당이 결성한 국민민주연합(NDA)이 승리해야 국내 기업도 안정적으로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연방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중심인 통일진보연합(UPA)이 이변을 연출한다면, 친기업 정책이 약화돼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모디 총리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온 만큼 그가 정권을 잃게 될 경우 득이 될 게 없다는 분위기다.
삼성과 현대 양 그룹의 수장도 모디 총리와 인연이 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2016년 인도를 방문해 총리실에서 모디 총리와 면담한 뒤 삼성전자에서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문 대통령의 노이다 공장 준공식 참석 때도 모디 총리와 만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2016년 정·재계 인사들과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자리를 가졌다. 또 지난해 2월에는 뉴델리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서밋 때 모디 총리와 함께 수소 전기차 ‘넥쏘’에 탑승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같은해 9월에도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별도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방한한 모디 총리를 위해 열린 청와대 국빈 오찬에는 재계 총수급으로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만 참석했다. 인도 측 요청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여당 우세... “정세 변화 따른 협력방안 모색해야”
일단 인디아TV 등 현지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모디 총리가 속한 여당 연합이 차기 총선에서 과반석을 확보, 재집권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디아TV가 지난달 24∼31일 실시한 총선 사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 연합이 275석을 얻어 과반 의석(543석 중 272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에 맞게 전략을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 국가에서 정권의 호불호를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럽겠지만, 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쪽을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는 최근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으로 시장을 적극 확대하는 중이다. 특히 인도의 경우에는 양사의 주요 공장들이 위치해 있고, 각각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전략 시장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노이다 신공장을 지난해 7월 준공하고 올해 수출용 스마트폰 생산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도 아난타푸르 신공장의 오는 7월 가동을 기점으로 현지 시장 공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최근 고성장률을 유지하는 몇 곳 되지 않는 국가”라며 “특히 최근 정체에 접어든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의 수요도 예외적으로 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김도연 세계지역연구센터 신남방경제실 인도남아시아팀 전문연구원은 "집권당의 과반석 확보 여부가 차기 인도 정권 수립의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신남방정책의 연속성 확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기업도 정세변화에 따른 협력 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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