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신경세유표 12-8] 무궁화는 일본의 신의 꽃(神花) 스모킹건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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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19-05-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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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무궁화通史…일본 신토의 '부적'

  • 메이지신궁과 야스쿠니신사에 만발한 무궁화

  • "무궁화 웨딩드레스까지…" 일본인의 인생동반자 무궁화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야후 재팬 ‘무궁화(木槿)’ 검색문건 수

신화시대(神話時代 710년 이전) 4만6400건
나라(奈良 710~794년) 12만5000건
헤이안(平安 794~1192년 )631만건
가마쿠라(鎌倉1192~1333년) 7만8800건
무로마치 (室町1333~1573년)11만2000건
에도(江戶1600~1868년) 2만5500건
메이지(明治1868~1912년) 18만5000건
다이쇼(大正1912~1926년) 8만5500건
쇼와(昭和1926~1986년) 24만4000건
헤이세이(平成1986~2019.4.30 ) 25만8000건


봉선화 씨주머니를 톡 건드려 보았는가? 구한말이전 한국 문헌에는 기척도 없던 무궁화가 신화시대부터 현대까지 모든 일본문헌이 마치 잘 익은 봉선화 씨주머니마냥 톡 건드리기만 하면 우수수 무궁하게 쏟아진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1. 일본 최고 신과 일본 최고(最高)신사, 그리고 무궁화

신토(神道)는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 신도수 약 1억800만명의 일본 최대 종교이자 일본 민족의 자연종교이며 독특한 토착신앙이다. 초기에는 자연물과 자연현상을 신으로 삼았지만 점차 일왕의 선조를 신으로 삼았다.
 

일본의 최고신 태양여신 아마테라스오미카미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일본의 최고 신이자 일본 왕실가문의 선조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御神)를 모신 이세신궁(伊勢神宮, 기원전 2세기 건립)(1)* 경내 외는 ‘만세일통(萬歲一統) 천양무궁(天壤無窮)’ 태양의 꽃 무궁화가 어제도, 오늘도 무궁하게 피고 진다.

'하늘에서 빛난다'는 이름의 태양여신 아미테라스가 어찌 햇빛 따라 있는 무궁화이자, 아침에 햇빛을 받아 피었다가 저녁에 해와 함께 지지만 다시 태양처럼 이튿날 다시 피는 무궁화를 사랑하지 않을소냐? 해가 비치는 광명은 알고 어둠의 존재는 모르는 꽃, 무궁화는 일본민족의 얼로서 피고 진다. 무궁화가 질 때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지 않고 송이째로 떨어지는 게 사무라이 정신을 표현한다고 한다.(2)*

2. 일본 최고(最古)신사, 오미와 신사의 무궁화 신약(神藥)

이세 신궁, 이즈모 대사(出雲大社)와 함께 일본 3대 대표 신사인 오미와 신사(大神神社)는 나라(奈良, 710~794년) 시대부터 무궁화 등 22종의 신목을 재배했다. 이름 그대로 대신을 모신 오미와 신사는 무궁화 등 22개 신목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대신의 약, 오오미와노쿠스리(大神薬)을 조제해 신도들에게 베풀었다. 약제로 쓰인 22종의 신목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무궁화(むくげ) 산앵도(ゆすらうめ) 구기자(くこ) 뽕나무(くわ) 樟나무(くす) 연교(れんぎょう) 목과(ぼけ) 산취(やまぶき) 치자(くちなし) 목천요(またたび) 웅류(くまやなぎ) 월계수(げっけいじゅ) 신이(こぶし) 급협(さいかち) 석류(ざくろ) 산수유(さんしゅゆ) 호접화(しゃが) 천태오약(てんだいうやく) 두중(とちゅう) 남천(なんてん) 육계(にっけい)

22종의 대신(大神)의 약재 재료 명단에  일본 민간의 국화격인 벚꽃(桜さくら)이나 일본 왕실화인 국화(菊きく)는 찾아볼 수 없다. 

3. 메이지 신궁과 야스쿠니신사에도 무궁화는 무궁 만발

일본 문화청 발간 『종교연감』에 따르면, 현재 등록 신사 수는 8만5000여곳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천황 조상신과 천황 또는 천황급 신이나 위인을 배향하는 신사를 신궁(神宮, 약 50여곳)이라 하고 그 외의 것을 신사라 한다.

초대 덴노인 진무덴노(神武天皇)를 배향한 나라현의 가시하라(橿原神宮)신궁, 헤이안(平安)시대를 연 간무덴노(桓武天皇)를 모신 교토의 헤이안(平安)신궁, 메이지유신을 일으켜 일본 제국주의의 서막을 연 메이지(明治)덴노를 배향한 도쿄의 메이지(明治)신궁 경내외는 무궁화가 무궁하게 만발했다.

이들 약 200여개의 신궁외에도 1급 전범을 배향해 악명높은 야스쿠니(靖国)신사를 비롯, 아타코(愛宕) 야사카(八坂), 이루기(居木), 슛세이나리(出世稲荷), 이사하야(諫早), 스쿠나하코나(少彦名), 치치부(秩父), 니시키노(梨木), 오오토요(大豊), 이쿠타(生田), 오노에(尾上), 히라노(平野), 무나카타(宗像) 신사 등 일본 약 8만5000여곳의 신사들 중 상당 수 경내외에는 무궁화가 무궁하게 피고 진다.

4. ‘무궁화 천신궁’을 아시나요?

시코쿠의 남서부 태평양에 면해있는 고치(高知)현 시만토(四萬十)초의 남서부에는 ‘무궁화 천신궁(槿花天神宮)’이 있다.  전문적으로 무궁화 천신을 모시는 신궁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것이다. 신사보다 몇 단계 높은 천신궁에 무궁화 천신이라는 이름으로! 

5. 한국 나라꽃 무궁화는 일본 신토의 부적

한국의 나라꽃 ‘무궁화’는 일본 최대종교이자 토착신앙인 ‘신토’ 제례의식의 오마모리 꽃부적(花御札)이다. 일본 교토에는 665년 ‘교쿠’ 천황(斉明天皇) 2년에 지은 ‘야사카(八坂) 신사가 있다. 1월 1일부터 사흘간 일본의 수호신(守護神)을 기리는 이 신사에는 100만명의 참배객이 찾는다. 이 신사의 제수용 꽃이 일본 무궁화 3대 품종의 하나인 ‘시로기온마모리’(白祇園守 しろぎおんのまも), 이름 그대로 ‘하얀 토지신의 부적’이다.

야사카 신사의 곳곳에 하얀 부적처럼 피어있는 이 시로기온마모리는 다도용 꽃, 화도용 꽃꽂이로, 가마쿠라 막부(鎌倉幕府,1192~1333년)를 연 겐지(源氏) 사무라이 사이에서 널리 재배돼 왔다.

6. 가정집 신단(카미다나)에도 무궁화
 

교토 야사카 신사의 무궁화 오마모리(부적)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일본의 무궁화는 신궁과 신사의 부적(御守, 오마모리)일뿐만 아니라 일반가정의 꽃꽂이 겸 부적이다. 일본인은 아침에 피고 저녁에 시들지만 다음날 다시 피는 무궁화 꽃을 태양과 일본과 천황을 상징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 강인한 무궁화 나무 가지는 가족의 화목과 단합을 불러오는 신목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인의 가정 한켠에는 신단(神棚, 카미다나)이 설치돼 있고, 거기에는 통상 각 신사에서 배포하는 오후다(御札), 즉 오마모리(부적)가 봉안돼 있다. 상당수 일본인은 무궁화 문양의 오마모리를 몸에 지니거나 카미다나 신단에 안치한다든가 문 입구나 기둥 같은 곳에 붙여 놓기를 좋아한다.

또한 일본인들은 하쓰모우데(初詣)라 해서 정초에 신사를 참배하며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것이 정해진 관례이다. 이세신궁이나 메이지신궁 교토의 아사카 신사와 같은 저명한 신사에는 정월의 사흘 동안만 수백만 명이 참배하는 등, 매년 일본국민의 70% 이상이 하쓰모우데에 참석한다.

이때 한해의 운수를 점치면 제비를 뽑는데 무궁화가 나오면 대길이다. 세쓰분(節分)이라 불리는 입춘 전날에도 일본인들은 액풀이를 위해 신사를 참배하는데 이때 쓰이는 인기있는 오마모리 중의 하나가 바로 무궁화 부적이다.

7. 일본인의 ‘인생의례’의 동반자 무궁화- 무궁화 웨딩드레스
 

무궁화 무늬 웨딩드레스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일본인은 장례식은 불교식으로, 성인식과 결혼식은 신토식으로 거행하는 경우가 많다.

태어난 지 33일된 아기를 안고 신사를 참배하는 ‘오미야마이리(御宮參)’, 아이가 3세(남녀 공통), 5세(남아), 7세(여아)가 되는 해의 11월 15일에 신사를 참배하는 ‘시치고산(七五三)’, 남자 25세와 42세 때, 여자 19세와 33세 때 액땜을 위해 신사를 참배한다. 그때 남자는 무궁화 무늬 하오리와 훈도시를 입고 무궁화 무늬 게다를 신는다. 그리고 여자는 무궁화 무늬 기모노와 헤코오비, 내의를 입고 참배하는 풍습이 아직 널리 행해지고 있다. 무궁화는 성인식이나 ‘신전(神前) 결혼식’ 등 일본인의 인생의례(人生儀禮)에 부적으로, 의복과 신발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8. 일본 불교의 무궁화 신앙 ‘무궁화 지장보살’

신토 뿐만 아니라 일본 불교에서도 무궁화 사랑은 각별하다. 신토 예식이 결혼이나 출생 등 길사(吉事)에 행해지는 데 비해 불교예식은 주로 장례 때 이용된다.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일반적으로 일본인들은 신사(神社)는 현실세계의 욕구나 희망을 추구하는 장소로 인식하고, 절은 사후세계의 희망을 추구하는 장소로 인식한다. 또한 나라 시대에 이미 무궁화가 일본 각지에 만발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

교토 시내에 위치한 일본 천태종 사찰 사이린사(西林寺)의 무궁화 지장(木槿地藏)이 바로 그것이다. 781년 사이린사 주지 케이슌(慶俊)은 어느 날 아침 사찰 경내의 무궁화 숲에서 갑자기 지장보살을 감득했다. 케이슌은 승려들에게 무궁화 숲 귀퉁이에 서 있는 소나무 밑둥 아래에 서광이 서리는 바윗돌을 캐내게 했다. 그 바윗돌에다 지장보살상을 새겨 무궁화지장전에 모셨다.

사이린사는 무궁화지장 본존외에도 48존의 무궁화 나한을 모셔놓고 있다. 사이린사의 무궁화지장 열성신도들은 ‘무궁화 회’를 결성하여 1월과 11월을 제외한 매월 23일 무궁화 지장보살에 특별한 제례를 올리고 있다. 사이린사 외에도 무궁화로 유명한 불교 사찰로는 도쿄 근교의 하세데라사(長谷寺), 교토의 히가시온간사(東本願寺),니시혼간사(西本願寺),큐호사(久法寺),붓꼬사(仏光寺)등과 가마쿠라(鎌倉)의 도우케이사(東慶寺),주이센사(瑞泉寺)등이다.

9. 일본 양대 무궁화 품종의 이름도 꽃무늬도 일장기와 욱일기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히노마루(日の丸)무궁화와 소우탄(宗旦) 무궁화가 먼저일까? 일본의 국기 일장기와 군기 욱일기가 먼저일까?”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이는 무궁화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된다.

하얀 바탕 꽃잎에 빨간 꽃심 히노마루와 소우탄 무궁화는 이미 8~9세기 일본 무궁화의 주품종으로 등극한 반면, 일장기와 욱일기가 공식적으로 국기와 군기로 사용된 때는 각각 1872년과 1870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모든 동식물 품종명 중 일본의 국기 ‘히노마루(日の丸)’의 이름이 붙은 동식물은 히노마루 무궁화가 유일하다. 

10. 일본 대표 무궁화 품종명은 모두 신토 제례 용어

일장기와 욱일기의 원형 히노마루와 소우탄외에도 일본 대표 무궁화 품종명에는 ‘제례용 부적 원수(園守, 오마모리), 제례용 꽃삿갓 화립(花笠, 하나가사), 제례용 잔배(盃, 시하이)등 일본 민족종교 신토의 제례용 용어가 붙어 있다. 무궁화 이외 신토 관련 품종명이 붙는 다른 동식물은 거의 없다. .





***일본 무궁화 13대 품종(괄호안은 상징)

∙히노마루日の丸(일장기), 소우탄宗旦(욱일기)
∙시로기온마모리白祇園守(흰 토지신 부적)
∙아카기온마모리赤祇園守 (빨간 토지신 부적)
∙다이센기모리大山園守(대산 토지신 부적)
∙시로하나가사白花笠(하얀 꽃삿갓)
∙다이도쿠지하나가사大徳寺花笠(대덕사 꽃삿갓)
∙아카하나가사赤花笠(빨간 꽃삿갓)
∙수미노쿠라하나가사角倉花笠(각창 꽃삿갓)
∙돗도리하나가사鳥取花笠(조취 꽃삿갓)
∙히카리하나가사光花笠(빛나는 꽃삿갓)
∙시하이紫盃(보라색 제례용 배)
∙다이시하이大紫盃(큰 보라색 제례용 배)

무궁화가 정말 반만년 한민족 고유의 나라꽃이라면 불교 사찰이나 전통종교인 대종교, 천도교, 증산도, 하다 못해 성황당 굿당 등 무속신앙에라도 쓰이고 있어야, 아니 쓰였던 흔적이 단 한 점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주석

(1)* 이세신궁은 이세 시의 1/3이며, 총면적은 5,500ha. 20년마다 옛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다시 동일한 건물을 세우는 점이 독특함. 현대의 신토는 이세 신궁으로 하여 진자혼초(神社本庁 신사본청)에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관리한다.
(2)*이렇게 현대일본의 저명한 시인 아카바네 마사유키(赤羽正行 1941년~)의 시집 「남랑화(男郎花)」에서 무궁화를 영탄했다. 또한 그는 “하얀 무궁화는 충의로운 사무라이가 머무는 곳”(白木槿忠義の武士の館跡)이라 하이쿠를 지어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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