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비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1일부터 총 3243개 품목, 1120억 달러어치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12월 15일부터는 1560억 달러어치에 15% 관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약 3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폭탄이 두 차례에 나뉘어 단행되는 것이다. 당초 계획했던 관세율은 10%였지만, 중국이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을 15%로 높였다.
이번 관세폭탄의 특징은 그 대상이 케첩에서 의류, 전동공구, 평면TV, 운동화에 이르기까지 소비재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산업재가 관세 대상이었다. AP통신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산 소비재는 29%에 불과했지만, 1일부터는 69%까지 늘어난다고 집계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미국 경제를 떠받친 건 미국 소비자들이었다. 미국 경제활동에 3분의 2를 기여하는 소비가 얼어붙으면 미국 경제 전반이 충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이번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을 시험에 들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더구나 미국 소비자들이 수년 동안 이어진 저인플레 환경에 적응됐기 때문에 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JP모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어치에 10% 관세를 새로 물릴 경우 미국 가계가 1000달러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미국이 관세율을 15%로 인상하고, 당초 2500억 달러어치 부과하던 관세율도 10월 1일부터 30%로 높이겠다고 예고한 만큼 미국 가계가 받는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도 못 피한 관세폭탄
미국 대표 기술기업 애플도 미중 관세전쟁에 휘말렸다. 애플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해 들여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뒤 애플이 관세 부담을 지게 되면서 삼성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점을 거론했지만 별다른 구제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당장 1일부터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건너오는 애플워치, 애플워치밴드, 에어팟, 홈팟, 비츠 브랜드 헤드폰, 아이맥 컴퓨터, 아이폰 수리용 부품, 아이폰용 낸드플래쉬 등이 15% 관세를 물게 됐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미국 내 애플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내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기여하는 아이폰의 경우 12월 15일부터 15% 관세를 적용받는다.
애플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15% 관세 부과시 애플은 연간 순익이 주당 5~10센트 가량 갉아먹을 것이라고 진 문스터 루프벤처스 애플 애널리스트는 추산했다. 비교하자면 블룸버그 집계한 2019회계연도 애플의 조정순익은 주당 11.63달러다.
미국 소매업체들도 고민에 빠졌다. 관세 부담을 떠안을 경우 순익 감소가 불가피하고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 있어서다.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 등 주요 기업들은 우선 가격 인상을 보류하고 중국 밖에서 생산하는 제품 비중을 늘리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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