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현행 법령상 기업규모 기준으로 적용하는 '대기업차별규제'를 조사한 결과 47개 법령에 188개 규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은 자산총액이 5000억~10조원인 기업 중 영리·비공공·비금융 기업을 의미한다. 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서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돼 곧바로 추가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내용별로 분류하면 소유·지배구조 규제가 65개로 가장 많아 전체의 34.6%를 차지했다. 상법상 대주주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관련 규제,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 관련 규제 등이 이에 속한다. 다음으로는 영업규제가 24.5%(46개), 고용규제가 13.8%(26개), 진입규제가 10.6%(20개)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 "자신을 총수로 지정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도 각종 규제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네이버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고, 그를 총수로 규정한 것도 변경하지 않았다.
결국 중견기업을 위한 보호제도와 대기업에 대한 낡은 규제가 생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획일적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나누고, 이에 대한 규제를 부과한 탓에 지난 20년간 대기업군에 진입한 중견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하림 등 3곳에 불과하다.
그러는 동안 '한국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견 제조업체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18년 중견기업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제조기업의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2016년 6.7%에서 2017년 5.5%, 2018년 3.8%로 하락세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016년 5.5%에서 2018년 4.3%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제조 대기업의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7.2%에서 7.3%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7%에서 8.9%로 각각 늘었다.
우리나라의 중견 제조업체는 주요 대기업의 1차 하청업체, 기초 철강 소재를 가공하는 강관업체, 의류·신발 같은 저부가가치 제조업체가 40%가량을 차지하는데 사실상 대기업 성장에만 의지하느라 중견기업이 스스로 도태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차별규제는 과거 폐쇄적 경제체제를 전제로 도입된 것이 대부분"이라며 "글로벌화된 경제환경과 융·복합을 통한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차별규제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 성장 엔진이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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