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의 파르헤지아]전염병 환난시대에 '참종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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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20-03-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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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신천지예수교 이만희 총회장은 코로나19 확산사태와 관련해 신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이 사태를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예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규정했다. 예수가 심판을 통해 구원할 숫자인 14만4000명을 거론하기도 했다(중앙일보 2일자 보도 참조). 전염병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아닌, 특정종교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교회 신도들 사이에서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 특정종교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2일 총회장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며 직접 해명에 나섰으나, 여론은 더욱 들끓고 있다.

전염병 초기의 감염 사태는 불가항력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후의 확산에는 종교단체의 부주의와 '구원'에 대한 비이성적인 신념, 그리고 사회공동체에 대한 무책임과 배려 부재가 작동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목사 측의 대대적인 집회 강행 또한 전염병 확산을 부를 수 있는 위험천만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소수' 교파의 반사회적이고 반공익적인 행동의 지속은 참담한 마스크 민심 사이에 격한 '이단(異端)' 척결론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개인의 신앙에 대해 강제력을 동원하려는 욕망을 지니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들 마이너 종교단체들의 행위에서조차도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는 법규는 적용되어야 한다. 법은 우리가 지켜야 할 이성의 보루다. 

전염병시대에 이런 '위험한 신념'들이 빚어낼 수 있는 공포와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문득 생각하게 된다. 이 나라의 종교는 대체 무엇인가. 종교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공동체의 위기'를 조장하는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등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이끈 승려 장군들은 그들의 종교적인 순일한 가치를 잊어서였을까. 심지어 불교를 억압하는 조선 땅에서 왜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떨치고 일어섰던가. 

그제 3·1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3·1정신이 지난 100년을 열었듯이 우리는 코로나를 이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3·1정신이란 독립운동정신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여기에는 '진정한 신앙'의 정신이라는 의미도 숨어 있다. 다석 류영모 선생이 한 말이다.<관련 기획 2면> 이 운동은 당시 여러 종교단체들이 민족대표로 참여해 목숨을 걸고 독립을 외친 운동이다. 그들이 들었던 태극기에는 '태극(太極)'이 그려져 있다. 태극에는 우주만물의 근원이 되는 실체, 즉 우리를 여기에 오게 한 '한얼'이 표현되어 있다. 또 그들이 통신수단도 미비한 때에 그토록 대대적으로 결집할 수 있었던 데는 나라를 구해내야 한다는 공동체의 '영성'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다석은 국난의 시기야말로 '종교'가 인간을 위해 어떤 가치를 제시해야 하는가를 말해야 하는 시험대라고 본다. 종교는 삶 속에서는 무한한 이타심과 사랑을 말하고, 죽음 앞에서는 신의 품을 향한 귀의를 약속한다. 인간의 희로애락과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더욱 증폭시키며, 금력과 권력의 굴절에 더 빨리 굴신하며, 신을 향한 지름길이나 샛길이 있는 것처럼 대중을 현혹하는 종교는 이미 종교라 말할 수 없다. 날마다 창궐하는 바이러스의 공포만큼이나 은밀히 유통된 믿음의 '위선적 본색'이 확진 판결을 받는 일 또한 국민의 심령을 산란하게 한다. '참종교'는 단순하며 상식적이다. 바이러스를 함께 퇴치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의사들, 공직자들, 자원봉사자들, 보통사람들의 그 따뜻한 신앙 속에 더 큰 가치가 있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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