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주재 미군의 감축 절차가 공식화한 데다 한·미 방위비 협상이 11개월째 성과 없이 평행선만 그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설(說)만으로 흘려 듣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한미군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인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 탓에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 때부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그 때마다 미 의회는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을 견제해 왔다.
미 의회는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 2만 2000명 이하로 주한미군을 줄이려면 △국방장관이 미국의 안보 이해에 부합하고 △이 지역 동맹국들의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으며 △한국 등 동맹국들과 적절하게 상의했다는 사실을 의회에 입증하도록 강제했다.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는 주한미군을 2만 8500명 아래로 축소하는데 예산을 쓸 수 없도록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견제 수위를 한층 높였다.
문제는 국방수권법의 효력 기한이다. 국방수권법은 매년 1년 기한으로 만들어진다.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적용 기간 만료는 오는 9월말. 올해도 주한미군 감축설이 되풀이되고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상ㆍ하원 군사위원회가 지난달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포함시킨 '2021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의회 절차가 남아 있고 최종 관문인 트럼프 대통령 서명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등을 통해 공화당 지도부를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여러 인사들에게 취임 후 줄곧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입법이 확정될 때까지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 국방부의 주한미군 감축안은 방위비 인상 압박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을 것"이라며 "이 같은 조치 자체가 한국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면서 "주한미군 규모 조정 등과 관련해서 한미 양국간 논의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 역시 '주한미군 태세를 바꾸기 위한 어떤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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